프랑스-러시아 문화 토포스 비교 사전 상세보기
카드게임
범주명 문학과 예술
토포스명(한글) 카드게임
토포스명(프랑스) jeu de cartes
토포스명(러시아) карта
정의 1. 운명적인 것을 믿을수록 여흥거리를 원할수록 카드게임을 더 즐긴다.
토포스의 기원과 형성(프랑스)   카드, 카드놀이는 고대 그리스나 로마의 사람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았다. 가장 오래된 카드와 카드게임의 기록은 중국에서 찾아 지는데, 약 8~9 세기 당나라 시절로 거슬러 오른다. 오늘날처럼 포커, 블랙잭, 브리지, 바카라 등의 게임이 아니라 당시에는 점을 보거나 미래를 예측하는 일에 32장의 종이 카드가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그 시기는 서적의 제본이 두루마리 형태에서 종이로 넘어가던 시기와 맞물린다. 중국에서의 카드의 고안은 인도 지방에서 유입된 것으로 보이는 주사위에서 그 영감을 얻었을 것으로 역사가들은 추측한다.
  고전 라틴어 ‘카르타 charta’에서 유래한 프랑스어 ‘카르트 carte’에 ‘놀이’, ‘게임’을 뜻하는 jeu 가 더해져서 태어난 ‘카드놀이 jeu de cartes’는 14 세기 말 이집트인들을 통해서 유럽 대륙에 소개된 것으로 전해지며 놀이에 사용되는 52 장의 카드의 형태는 이미 오늘날의 것과 거의 유사했었다. 
  처음에는 이탈리아, 스페인 등의 남부 유럽에서 먼저 성행하였으며 얼마 지나지 않아서 프랑스에도 도입된 것으로 보인다. 약 3 세기에 걸쳐 사람들 사이에 널리 퍼진 카드와 그 게임에 때로는 정치적 이데올로기가 담긴 적도 있었는데, 대표적으로 프랑스 혁명기에는 매우 이색적인 형태의 카드가 인쇄되어 보급되기도 하였다. 즉, 혁명기의 새로운 카드에는 카드의 서열과 분류를 위한 전통적인 명칭, ‘킹 roi’, ‘퀸 dame’, ‘잭 valet’ 등이 각각 ‘정령 génie’, ‘자유 liberté’, ‘평등 égalité’ 등으로 대체되어 있었다. 
  카드에 정치적인 성격의 상징을 부여하려는 이러한 발상은 21 세기에도 한 번 실현된 바 있다. 2003 년 이라크를 침공한 미군 당국은 병사들의 휴식시간용 카드를 제작 배포하였는데 카드마다 당시 수배 중이었던 이라크 권력자들의 얼굴과 직책이 새겨져 있었던 것이다. 수배 대상 1호인 후세인 대통령은 스페이드 에이스, 후세인의 장남 우다이는 하트 에이스, 차남 쿠사이는 클로버 에이스, 그리고 다이아몬드 에이스의 지위는 후세인의 비서실장이 차지하였다.
토포스의 기원과 형성(러시아) 도박의 일종으로서의 카드 게임을 뜻하는 러시아어는 ‘카르타 ’이다. 파피루스에서 얻어진 종이를 뜻하는 라틴어 charta에서 유래된 카르타는 표트르 1세 시절 폴란드어 karta나 독일어 karte를 차용한 것으로 추측된다. 이후 카르타가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의미인 ‘지도 map’와 구별하기 위해 ‘게임, 놀이’라는 러시아어 ‘이그라 игра’의 형용사를 붙여 ‘이그랄르나야 카르타 игральная карта’라고 쓰거나, 주로 카드가 여러장인 것에 감안하여 복수로 ‘카르트이 карты’라고 사용하여 ‘카드 게임, 도박’등을 의미하기도 한다. 
토포스의 전개와 사례(프랑스)   1890년에서 95년 사이에 그려진 세잔느의 유명한 연작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 시리즈는 카드게임이 프랑스인들 사이에서 어느 새 일상적 차원의 한 토포스로 정립해 있었음을 반증해 주는 문화적 발현으로 보인다. 
  


  세잔느는 처음에는 여러 사람이 등장하는 모습을 화폭에 담았다가 점점 더 뒤로 갈수록 인물 수가 줄어서 마지막 버전에는 두 남자만이 등장한다. 중요한 것은 세잔느가 인물화에서 교묘히 정물화로 넘어가는 회화적 실험 과정을 거치는 사이에 카드게임이라는 소재는 전혀 의미 있는 주제이거나 사건이 아니며 눈길을 끄는 어떤 메시지도 담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세잔느의 연작들에서 카드게임은 그저 일상을 구성하는 삶의 한 순간으로서 우연히 선택된 소재인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인들의 일상으로 매우 깊숙이 들어선 이러한 카드게임의 토포스는 그러나 언어와 스토리가 있는 문학이나 영화의 장르에서는 그 발현의 양식이 조금은 달라지는 듯하다. 소설이나 영화 속에서 카드게임은 흔히 돈이 걸려 있어서 당사자들을 긴장시키거나 초조하게 만들 때가 많고 일확천금과 전락의 운명적 갈림길에서 술수가 오가기도 한다. 또 때로는 도박 자체가 주된 테마는 아닌 경우라도 카드판이 벌어지는 곳은 비밀과 배반 혹은 침묵과 갈등의 아우라가 곁들여져 있다. 
  카드 게임이 펼쳐지는 장면이 나오는 수많은 19 세기 프랑스 소설들 중 한 예를 찾자면, 쥘 바르베 도르비이의 단편소설 『휘스트 게임의 카드의 이면』에서 휘스트는 침묵의 상징이며 주요 등장인물들은 거의 어김없이 침묵, 위선, 거짓말, 광적인 열광 등을 구현하고 있다. 소설가는 이 단편을 몇 년 후 『악마』라는 제목의 소설집 안에 묶어 출간한다.
  1927년에 간행된 오스트리아 소설가 슈테판 츠바이크의 유명한 소설 『어느 여인의 24시간』은 프랑스에서 두 차례나 영화로 각색되어 개봉되었다. 1968년에는 들루슈가 감독하고 다니엘 다리외가 주연을 맡았으며. 2002년에는 부니크가 메가폰을 잡고 유명 배우 아녜스 자우이와 미셸 세로가 주연을 맡았다. 영화에서는 온갖 종류의 카드게임이 망라된 카지노에서 예기치 못한 사랑의 열병이 발병한다. 한 상류층 부인의 이해할 수 없는 사랑의 도피행각 뒤에 피치 못할 숙명과 말 못할 상처와 아픔이 숨어있었음이 20년 후 밝혀진다. 

토포스의 전개와 사례(러시아)   13세기에 발생하여 14세기부터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에서 유행된 유럽의 카드 게임은 17세기 초반 폴란드를 통해서 러시아에 도입되었다. 이 당시 러시아에 도입된 카드 게임은 오늘날 우리가 널리 사용하고 있는 스페이드, 하트, 다이아몬드, 클로버의 네 종류로 된 프랑스식 카드 게임이었다. 
  카드의 네 종류의 러시아식 표기는 프랑스식 표현과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성배의 변형으로 보이는 카드의 ‘하트’는 프랑스어로는 심장을 뜻하는 ‘cœur’를 쓰지만, 러시아에서는 ‘붉은 색, 붉은 옷감’을 의미하는 고대 슬라브어 чьрвь를 어근으로 하는 ‘체르비 черви’를 쓴다. 화폐의 변형으로 보이는 ‘다이아몬드’는 프랑스에서는 사각형을 의미하는 ‘carreau’를 쓰지만 러시아에서는 ‘북, 종’을 의미하는 ‘부벤 бубен’에서 기원하여 ‘부브니 бубны’를 쓴다. 이것은 초기 카드 형태 중 다이아몬드가 북이나 종의 모양이었던 것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카드의 ‘클로버’는 곤봉을 뜻하는데 클로버의 잎을 사용하고 있다. 옛날 카드를 보면 곤봉에 클로버 같은 세 잎이 붙어 있는데 이것이 곤봉 대신에 상용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카드의 클로버는 토끼풀, 즉 클로버를 뜻하는 프랑스어 ‘trèfle’를 차용하여 러시아어로 ‘트레프이 трефы’로 쓰고 있다. ‘스페이드’는 검의 변형인데 이탈리아어의 검을 뜻하는 ‘spada’에서 유래하며, 러시아에서는 창, 검을 의미하는 프랑스어 ‘pique’를 차용하여 러시아어로 ‘피키 пики’로 사용하고 있다.
  카드게임이 러시아에 소개되면서 러시아에서는 도박으로서의 카드 게임이 단기간 내에 매우 빠른 속도록 확산되었다. 1761년 엘리자베타 페트로브나는 당시 유행처럼 번져가던 카드게임을 이른바 ‘계획적인 게임’과 ‘도박적인 게임’으로 구별하여 허용과 금지의 법령을 제정하였다. 
  근본적으로 여제는 모든 도박을 금지하였지만, 운이 아닌 게임자의 능력과 일정한 기술로 인해 게임의 결과를 계산, 계획할 수 있는 게임을 ‘계획적인 게임’으로 분류하여 이 게임에 해당하는 ‘브릿지’, ‘프레페란스’, ‘휘스트’ 등과 같은 카드 게임은 자신의 궁정에서만 허용하였다. 그러나 ‘룰렛’, ‘슈토스’, ‘경마 도박’ 과 같이 게임자가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없고 ‘우연성’에 의해 그 결과가 좌지우지 되는 게임은 도박으로 규정하여 엄격히 금지시켰다. 
  이처럼 카드게임이 러시아 사회에 단기간에 확산된 근본적인 원인은 복합적인 당대 사회 현상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당대의 카드게임은 도박의 의미를 넘어서 유럽 문물에 대한 당대 귀족들의 호기심과 선망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초는 표트르 대제와 예카테리나 여제를 걸쳐 형성된 러시아 귀족 사회가 외양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귀족을 귀족답게 만드는 본질적인 정신문화적 요소들이 급속하게 자리를 잡아가는 시기였다. 1812년 조국 전쟁 이후 프랑스 문물을 직접 목격하고 수용한 젊은 귀족 장교들에 의해 러시아 귀족 사회는 서구 귀족들의 생활양식과 일상을 흉내 내기 시작하면서 귀족적인 여흥 요소들을 확산시킨다. 
  19세기 초반 러시아 귀족들은 서구 귀족의 여흥 문화를 수용하여 귀족적 오락거리들에 몰두하는데, 무도회, 살롱, 연극, 오페라, 발레 등이 그것이었다. 특히 그중에서도 무도회와 살롱은 단순한 여흥거리를 넘어서 귀족들의 상호 교류 공간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사교계에서의 카드 게임은 종종 돈을 목적으로 하기 보다는 상대방과의 교류를 위한 수단으로 작용하였기에 귀족 사회에서 카드 게임은 춤이나 프랑스어를 구사할 수 있는 능력처럼 하나의 필수적인 덕목이자 일상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 시기 러시아 귀족들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더욱이 멘쉬코프 공작, 비론 총신, 표툠킨 공작, 시인 데르좌빈 등 황제의 측근과 문학가들조차 카드게임에 몰두하곤 하였다. 당대 귀족들의 카드게임에 대한 인식은 곤차로프의 소설『오블로모프』(1859)에 잘 드러나 있다. 

“전부 다. 끊임없이 앞을 다투어 뛰는 거 하며, 쓸데없는 카드놀음 탐닉, 특히 욕심, 서로의 길을 막는 일, 유언비어, 험담, 서로에 대한 멸시, 머리에서 발끝까지 훑어보는 일 따위. ...... 그럼 우리의 훌륭한 젊은이들을 예로 들어보자고. 그들이 하는 일이 뭐야? 걸으면서, 넵스키 거리를 활보하면서, 춤을 추면서도 잠을 자고 있는건 아닐까? 허구한 날 반복되는 공허한 카드 섞기! 보라고.” (곤차로프,『오블로모프』, 1859)

  카드 게임은 가장 중독성이 강한 도박의 한 종류로 자리 잡게 되었고, 도박으로 인한 개인의 운명의 파탄이 종종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기도 하였다. 푸시킨, 레르몬토프,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를 비롯한 대부분의 러시아 작가들은 카드 게임에 매우 열중하기도 했다. 
  카드게임은 종종 불의성과 불가측성이 주는 매력으로 인해 인간의 욕망을 부추기며 파멸로 몰고 가는 경우를 보여주곤 하였는데, 이러한 것들은 푸시킨의『스페이드 여왕』(1834)에서 매우 잘 묘사되어 있다. 주인공 게르만이 비밀스런 카드에 대한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면서 ‘계산, 절제, 근면, 이것이 나의 믿을 만한 석 장의 패다’라고 스스로를 달래는 장면은 이러한 불의성과 불가측성의 역설적 표현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카드는 단순한 도박 게임의 도구로서만 사용된 것이 아니라 인간의 운명을 점치는 중요한 주술적, 점술 도구로 사용되었다. 따라서 종종 도박자들은 도박을 하면서 카드에 의미를 부여하고, 자신의 운명을 예측하기도 한다. 푸시킨의『스페이드의 여왕』은 도박이 가지는 이러한 이중적인 속성을 매우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3점은 그의 앞에서 거대한 한 떨기 꽃으로 피어났고, 7점은 고딕 건물의 대문처럼 보였으며, 1점은 거대한 거미의 모양으로 나타났다.” 

  『스페이드의 여왕』은 도박의 점술적, 주술적 기능을 명시한 제사로 시작하고 있다.

“스페이드 여왕이란 비밀스런 악의를 의미한다. <최신 점술서에서>.”


비교문화적 설명 ‘카드게임’을 뜻하는 프랑스어 ‘카르트’는 파피루스에서 얻어진 종이를 뜻하는 고전 라틴어 ‘카르타’에서 유래되었고, 이러한 형태로 유럽으로 퍼져나간 카드게임은 러시아에서는 독일어 ‘karte’, 혹은 폴란드어 ‘karta;를 차용하여 ‘카르타’라는 명칭으로 불리게 되었다. 14세기말 이집트인들에 의해 유럽대륙에 소개된 카드는 15세기부터 프랑스에 성행하여 도박의 일종으로 가장 애용된 게임이다. 유럽과 프랑스에서의 카드게임은 도박을 대표하는 토포스의 특징을 가지지만, 러시아에서는 단순한 도박의 기능을 넘어선 귀족들의 문화적 과시욕구가 두드러진 것이 큰 특징이다. 17세기 초반 폴란드를 통해 프랑스식 카드게임이 러시아에 소개된 후, 급속도록 카드게임이 러시아 귀족 사회에 유행처럼 번져나갔다. 이는 카드게임이 주는 단순한 도박적 흥미 이외에 당시 러시아 귀족 사회가 유럽 귀족 사회의 여흥을 모방하고자 한 열풍이 더 큰 원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당시 러시아 귀족 사회에서 카드 게임은 춤이나 프랑스어를 구사할 수 있는 능력처럼 하나의 필수적인 덕목이자 일상적인 여흥의 토포스를 강하게 발현하게 된 것이다. 
연관 토포스 결투; 도박; 살롱; 열정; 탐욕
참고자료(프랑스) Alain Guy, Savoir jouer : du jeu d'adresse à l'adresse du jeu, 1993
Daniel Sibony, Le jeu et la passe, Le Seuil, 1997
Donald W. Winnicott, Jeu et réalité : l'espace potentiel, Gallimard, 1975 (Playing and Reality, 1971)
"jeux d'argent" Encyclopédie Microsoft® Encarta® en ligne 2008 http://fr.encarta.msn.com © 1997-2008 Microsoft Corporation.
참고자료(러시아) Заборов П. Россия и франция. Литературные и культурные связи. М.: 2010
Ковтун В. История правового регулирования азартных игр в России, М.: ИПЦ Маска, 2009.
_______________ Азарт в Стране Советов, М.: Олимп-Бизнес, 2012.
Конечный А. Быт пушкинского Петербурга 1, 2. Спб.: Ивана Лимбаха. 2003
Лесной Д. С. Игорный дом. Энциклопедия, М.: Вильнюс, 1994.
Лютман М. Ю. Беседы о русской культуре. СПБ.: Искусство. 1994.
Романова Г.И. Мотив денег в русской литературе XIX века, М.: Наука, 2006.
Черных П.Я. Историко-этимологический словарь. т.1, М.: Русский Язык. 1996.
Шевляковский В. Коммерческие карточные игры, Новосибирск: 1991.
추천자료(프랑스) 강심호,『대중적 감수성의 탄생-도박, 백화점, 유행』, 살림출판사, 2005
거다 리스,『도박』, 김영선 옮김, 꿈엔들, 2002.
추천자료(러시아) 도스토옙스키,『노름꾼』, 이재필 옮김, 열린책들, 2000.
____________,『미성년』, 이상룡 옮김, 열린책들, 2007.
푸시킨,『문학 작품집』, 석영중 옮김, 열린책들, 1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