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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드베드킨 그룹
영화인명 메드베드킨 그룹
권역명 다큐멘터리/실험영화
직능(직업) 프로듀서
국적 프랑스
작품 목록 <전환점>(La charnière, 프랑스, 1968, 단편, 다큐멘터리, 사운드 필름)
<투쟁 계급>(Classe de lutte, 프랑스, 1969, 단편, 다큐멘터리)
<로디아 4/8>(Rhodia 4/8, 프랑스, 1969, 단편, 다큐멘터리)
<새로운 회사 제 5편: 켈톤>(Nouvelle Société 5: Kelton, 프랑스, 1969, 단편, 다큐멘터리)
<새로운 회사 제 6편: 뷜러 비스킷 공장>(Nouvelle Société 6: Biscuiterie Buhler, 프랑스, 1969, 단편, 다큐멘터리)
<새로운 회사 제 7편: 오제 재단 공장>(Nouvelle Société 7: Augé découpage, 프랑스, 1969, 단편, 다큐멘터리)
<내 친구 폴 셉에게 보내는 편지>(Lettre à mon ami Pol Cèbe, 프랑스, 1970, 단편, 다큐멘터리)
<소쇼 1968년 6월 11일>(Sochaux 11 juin 1968, 프랑스, 1970, 단편, 다큐멘터리)
<계급의 굴레>(Le traîneau-échelle, 프랑스, 1971, 단편, 다큐멘터리)
<인생의 4분의 3>(Les trois-quarts de la vie, 프랑스, 1971, 단편, 다큐멘터리)
<소쇼에서의 주말>(Week-end à Sochaux, 프랑스, 1971, 단편, 다큐멘터리)
<칠레의 9월>(Septembre chilien, 프랑스, 1973, 단편, 다큐멘터리)
<타인의 피>(Avec le sang des autres, 프랑스, 1974, 단편, 다큐멘터리)
소개 메드베드킨 그룹 Groupes Medvedkine (1967~1974)
프랑스의 ‘밀리턴트 시네마’ 제작 집단. 메드베드킨 그룹의 성립은 공장 노동자들의 삶의 조건에 대한 기록 작업을 통해 영화감독과 젊은 노동자들을 통합하려 했던 시도에 기원하고 있다. 1967년 프랑스 브장송(Besançon) 지역의 섬유공장인 로디아세타(la Rhodiaceta)에서는 프랑스 68혁명의 전조로서 노동자들의 대규모 총파업이 일어났다. 당시 크리스 마르케(Chris Marker)를 필두로 한 일군의 진보적인 시네아스트들은 파업과 시위를 하는 노동자들과 노동 현실을 주제로 한 영화 <곧 다시 보기를 희망한다>(A bientôt, j’espère, 1968)를 만들어 그들과 함께 영화를 통해 파업과 노동 현실에 대해 논의하려 했지만, 노동자들은 이 영화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영화 속에서 자신들의 모습이 지나치게 객체화되어 마치 “펭귄 무리”같이 보이고 “편집이나 미장센이 부르주아적이다”라며 혹독한 비판을 가했다. 자신들이 만든 영화의 한계에 대해 고민하던 크리스 마르케와 동료 감독들은 노동자들에게 촬영 장비와 영화 제작에 대한 기본 교육을 제공하고 자신들의 고민과 현실을 스스로 카메라에 담을 것을 제안함으로써 ‘메드베드킨 그룹’이 탄생하였다.
메드베드킨 그룹이라는 이름은 소련의 혁명적 시네아스트 알렉산더 메드베드킨(Alexandre Medvedkine)과 메드베드킨이 1920년대에 만들었던 소련의 농촌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들, 그가 시도했던 ‘영화-열차(ciné-train)’ 운동에서 유래하였다. 영화-열차는 1917년 러시아 혁명 이후 시베리아 벌판을 횡단하던 특별한 기차로 편집실, 현상소, 회의실, 영사실이 구비되어 한 마을에 도착하면 농민들을 찍고 기차 안에서 현상, 인화하고 농민들에게 상영함으로써 혁명의 이념을 전파하고 소비에트 제국 농민들의 현실을 영화에 담았다. 이는 프랑스의 메드베드킨 그룹을 시발점으로 유럽, 아프리카, 남미 등에 일련의 메드베드킨 그룹들을 탄생시키는데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프랑스에 알렉산더 메드베드킨의 영화를 최초로 소개한 크리스 마르케는 그의 영화 철학과 영화 운동을 토대로 메드베드킨 그룹을 탄생시키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크리스 마르케와 일군의 진보적 영화인들에 의해 1968년에 설립되어 지금까지도 활동하고 있는 밀리턴트 시네마 제작사인 ‘슬론/이스크라(Slon/iskra)’와 르네 고티에(René GAUTIER), 요리스 이벤스(Joris Ivens), 마리오 마레(Mario Marret), 장-뤽 고다르(Jean-Luc Godard), 브뤼노 뮈엘(Bruno Muel) 등 진보적 시네아스트들의 지원에 힘입어 ‘브장송 메드베드킨 그룹(Groupe Medvedkine de Besançon)’이 탄생한 직후 소쇼(Sochaux) 지역의 푸조(Peugeot) 자동차 공장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소쇼 메드베드킨 그룹(Groupe Medvedkine de Sochaux)도 결성된다.
메드베드킨 그룹은 1967년부터 1974년까지 노동자이자 노동조합 도서관 사서였던 폴 셉(Pol Cebe)의 주도 아래 16mm 필름을 사용하여 13편의 사회참여적인 중-단편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었다. <투쟁 계급>(Classe de lutte, 1969), <새로운 회사 시리즈>(Images de la Nouvelle Société, 1969~1970), <소쇼 1968년 6월 11일>(Sochaux 11 juin 1968, 1970) 등은 노동자들 스스로가 당시 프랑스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노동자 계급의 현실적 억압에 대해 영화라는 투쟁 도구를 이용해 비판적 시선을 담아낸 대표작들이다. 메드베드킨 그룹이 만든 영화들에 대해서는 그 프로파간다적 성격이나 미학적 결핍에 관한 논쟁은 존재하지만, 부조리한 노동 현실이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 냉혹한 자본주의 논리에 의해 노동자 계급이 당하는 억압과 통제, 모순적 현실의 개혁에 대한 희망과 절망 등 당시의 혁명적 정서를 노동자들 스스로 주체적이고 진정한 시선으로 담아냈다는 점에서 공유점이 있었다. 극복할 수 없는 노동자 계급의 억압적 현실에 대한 냉철한 시선이 담긴, 브뤼노 뮈엘의 다큐 에세이 <타인의 피>(Avec le sang des autres, 1974)를 마지막 작품으로 메드베드킨 그룹의 8년 동안의 영화 작업은 막을 내린다.
메드베드킨 그룹은 전 세계 ‘밀리턴트 시네마’ 운동에 있어서 중요한 이정표가 되었고, 영화 이미지가 사회 변혁을 위한 투쟁의 효율적인 도구로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으며, ‘노동자-시네아스트(cinéastes-ouvriers)’라는 새로운 창작 주체를 탄생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