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겐나디 바자로프
영화인명 겐나디 바자로프
권역명 아시아권(동아시아 제외)
직능(직업) 영화감독
국적 키르기스탄
작품 목록 <기원>(The Prayer, 소비에트연방, 1964, 단편)
<인터미션>(Pauza, Intermission, 소비에트연방, 1965, 단편)
<어머니의 대지>(Materinskoe Pole, The Motherly Field, 소비에트연방, 1967)
<매복>(Zasada, The Ambush, 소비에트연방, 1969)
<스트리트>(The Street, 소비에트연방, 1972)
<카니벡>(Kanybek, 소비에트연방, 1974)
<눈동자>(The Apple of the Eye, 소비에트연방, 1977)
<첫째>(Pervyy, The First, 소비에트연방, 1984, 감독/공동각본)
<어른을 위한 보육원>(Priyut dlya sovershennoletnikh, Shelter for Adults, 소비에트연방, 1987, 감독/각본)
<음모>(Zagovor, The Intrigue, 소비에트연방, 1989)
<변칙>(Anomaly, 소비에트연방, 1992)
<굴사라>(Gulsara, 키르기스스탄, 1993, 다큐멘터리)
<카라기즈>(Karagyz, 키르기스스탄, 2003)
<변형>(Metamorphosis, 키르기스스탄, 2006)
<크리스마스 코미디>(The Comedy Christmas, 영국, 2007, 옴니버스 다큐멘터리, 공동감독/공동각본)
<도시인처럼>(Such a citizens, 키르기스스탄, 2013, 단편다큐)
제작연도 확인불가영화
*<밤중에>(At nigh, 단편)
*<네임 데이>(Name day, 단편)
*<예술에 관한 이야기>(Tale about art, 다큐멘터리)
*<아이트마토브>(Aitmatov, 다큐멘터리)
*<파레트>(The palette, 다큐멘터리)
*<작가>(Writer, 다큐멘터리)
*<기념제>(Jubilee, 다큐멘터리)
*<오케스트라>(The orchestra, 다큐멘터리)
소개 겐나디 바자로프 Gennady BAZAROV (1942~)
*Gennadi / Gennadiy 로도 표기됨
키르기스스탄의 감독. 1942년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Bishkek)에서 태어났다. 1959년 키르기스필름 스튜디오(Kyrgyzfilm)에 입사해 촬영보조와 연출부로 일했으며 이후 연출공부를 위해 모스크바국립영화학교(VGIK)에 입학했다. 재학시절에 두 편의 단편영화 <기원>(The Prayer, 1964)과 <인터미션>(Intermission, 1965)을 만들었다. 키르기스스탄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키르기스필름의 운영에도 관여하고 있던 칭기스 아이트마노프(Chingiz Aitmatov)는 우연한 기회에 <기원>을 보게 되었고 바자로프의 재능을 칭찬하며 자신의 소설을 원작으로 영화를 만들어보라는 제안을 했다. 그 결과 바자로프의 VGIK 졸업작품이자 첫 장편영화인 <어머니의 대지>(The Motherly Field, 1967)는 아이트마노프가 시나리오 집필에 참여하고 키르기스필름이 제작해 완성되었다. 이 영화는 전쟁으로 세 아들과 남편을 여의고 며느리마저 출산 중 사망하는 사건을 겪게 된 한 여인이 강인한 의지와 희생정신으로 남겨진 아이들을 지키며 끝까지 삶을 살아내는 이야기다. 소비에트연방 전역에서 개봉해 큰 인기를 얻었고, 1968년 카자흐스탄 유라시아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25세에 완성한 첫 장편영화의 엄청난 흥행 성공으로 바자로프는 키르기스스탄 영화계에서 일약 스타감독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그리고 이듬해 연출한 범죄물 <매복>(The Ambush, 1969) 역시 흥행에 성공해 승승장구하는 듯 했으나 이후 작품들은 대중들에게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바자로프는 1970년대 중반부터 작가주의 영화로 선회했다. 특히 그의 4부작으로 불리는 <첫째>(The First, 1984), <어른을 위한 보육원>(Shelter for Adults, 1987), <음모>(The Intrigue, 1989), <변칙>(Anomaly, 1992)은 그의 작가주의 경향이 집대성된 영화로 평가받는다. 이들 4부작은 각각 전편의 이야기에서 출발해 그 정서와 서사가 연결되도록 만들어졌다. 암울한 도시를 세상의 모형으로 설정하고, 제각기 자신만의 문제를 안고 사는 소시민을 주요인물로 내세웠다. 특히 4부작의 주요 남성들은 모두 세상을 바꾸고 싶어 하면서도 어찌해야할지 모르거나 그럴 힘이 없으며, 소박한 시도를 하지만 결국에는 실패하는 나약한 인물로 표현되었다. 이런 그의 영화는 당시 소연방의 대다수 인민영화들이 긍정적이고 영웅적인 주인공을 내세웠던 것과 뚜렷한 차이를 보이며 이후 중앙아시아 영화에서 주인공상의 변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음모>는 납치된 아이를 구해달라는 낯선 여인의 부탁을 받은 남자가 사건 해결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다. 바자로프의 카메라는 라디오와 신문에서 반복되는 똑같은 말만 들으며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시민들과 사건해결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없는 주인공의 처지를 담담하게 포착했다. 종반부, 납치 사건의 진실이 2년 전 아이를 잃은 슬픔으로 정신병에 걸린 여인의 허언으로 밝혀지면서 영화는 무기력과 절망감에다 우울함의 정서를 더한다. 소영웅이 다시 피해자가 되고 결국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없다는 메시지를 내포한 이 영화에 대해 굴바라 톨라무스크바(키르기스스탄 영화전문가)는 주인공이 마치 “읽고 쓸 줄 알지만 지적사고나 행동을 할 수 없는 신종문맹”(『잊혀진 중앙아시아의 뉴웨이브』)과 같다고 지적하면서 바자로프 작가주의 영화 중 최고작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음모>에서 주인공을 연기한 소베트벡 주마디로프(Sovetbek Dzhumadylov)는 <첫째>에서는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당국의 제1서기관으로, <어른을 위한 보육원>에서는 환자를 치료할 수 없는 마취과 의사로 출연하며 바자로프 4부작의 나약한 남성상을 대표하는 얼굴이 되었다. 그리고 바자로프는 4부작의 마지막 영화 <변칙>에서 더 이상 변화를 꿈꾸지 않는 갇힌 도시를 벗어나 위태롭지만 작은 희망을 품는 여인상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갓난아이일 때 매춘부인 엄마에게서 버려져 지금은 마약중독자이자 십대 미혼모가 되어 반항적이고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살아간다. 그러다 마약중독치료센터에서 우연히 생모를 만난 후 자신의 아이를 위해 엄마와는 다른 삶을 살겠다고 다짐하며 도시를 떠난다. 이후 중앙아시아 영화 연구가들은 그간 바자로프가 그려온 나약한 남성상과 대비를 이루는 강인하게 변화하는 여인상에 주목했다. 그리고 소연방 해체기에 영화제작 자체가 어려웠던 당시 키르기스스탄에서 영화를 완성한 바자로프의 집념을 높이 평가하며, 동시에 그런 어수선함 때문에 매춘부를 소재로 한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1990년대 초반 키르기스스탄의 영화시스템이 붕괴되면서 바자로프는 <변칙> 이후 TV분야에서 일하다 2000년대 들어서야 영화로 복귀했다. 한편 그는 여러 편의 다큐멘터리도 만들었는데 그 중에는 <어머니의 대지>의 작가 아이트마노프를 향해 찬사를 바친 <아이트마노프>(Aitmatov), 1970년대 키르기스스탄 최고의 여배우이자 <변칙>에서 어머니 역할을 맡았던 굴사라 아지베코바(Gulsara Adzhibekova)를 재조명한 <굴사라>(Gulsara, 1993)등이 있다. 그는 소연방 시절을 냉정하게 진단한 영화로 볼로프 샴시예프(Bolot SHAMSHIEV) 등과 더불어 키르기스스탄 예술영화의 기틀을 다진 감독으로 평가받으며 자국에서 여러 번의 공로상을 수상했다. 2006년에는 사회비판적 영화 <변형>(Metamorphosis)을 발표하면서 다시금 주목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