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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바야시 마사키
영화인명 고바야시 마사키
권역명 동아시아권
직능(직업) 영화감독
국적 일본
작품 목록 <아들의 청춘>(息子の青春, My Son’s Youth, 일본, 1952)
<벽 두터운 방>(壁あつき部屋, Room With Thick Walls, 일본, 1953)
<진심>(まごころ, Sincerity, 일본, 1953)
<쓰리 러브>(三つの愛, Three Loves, 일본, 1954)
<넓은 하늘 아래 어딘가에>(この広い空のどこかに, Somewhere Beneath the Wide Sky, 일본, 1954)
<뷰티풀 데이즈>(美わしき歳月, Beautiful Days, 일본, 1955)
<봄>(泉, The Spring, 일본, 1956)
<당신을 삽니다>(あなた買います, I’ll Buy You, 일본, 1956)
<검은 강>(黑い河, Black River, 일본, 1957)
<인간의 조건 Ⅰ>(人間の條件 第1部純愛篇/第2部激怒篇, The Human Condition I: No Greater Love, 일본, 1959)
<인간의 조건 Ⅱ>(人間の條件 第3部望郷篇/第4部戦雲篇, The Human Condition II: Road to Eternity, 일본, 1959)
<인간의 조건 Ⅲ>(人間の條件 完結篇, The Human Condition III: A Soldier’s Prayer, 일본, 1961)
<할복>(切腹, Harakiri, 일본, 1962)
<인헤리턴스>(からみ合い, The Inheritance, 일본, 1962)
<괴담>(怪談, Kwaidan, 일본, 1964)
<사무라이 반란>(上意討ち 拝領妻始末, Rebellion, 일본, 1967)
<일본의 청춘>(日本の青春, Hymn to a Tired Man, 일본, 1968)
<내 목숨을 걸고>(いのちぼうにふろう, Inn of Evil, 일본, 1971)
<화석>(化石, The Fossil, 일본, 1975)
<불타는 가을>(燃える秋, Glowing Autumn, 일본, 1979)
<도쿄 재판>(東京裁判, International Military Tribunal for the Far East: The Toyko Trial, 일본, 1983, 다큐멘터리)
<식탁이 없는 집>(食卓のない家, House Without a Dining Table, 일본, 1985)
소개 고바야시 마사키 KOBAYASHI Masaki 小林正樹 (1916~1996)
일본의 영화감독. 1916년 홋카이도(北海道)에서 태어나 와세다(早稲田) 대학에서 동양철학을 공부했다. 1949년 기노시타 케이스케(木下惠介) 감독의 <요츠다 괴담>(四谷怪談)의 각본가로 경력을 시작하여 곧 기노시타의 조감독이 되었다. 기노시타에게서 받은 영향은 고바야시 마사키의 초기작에 뚜렷하게 기입되어 있다. 서정적인 홈드라마인 데뷔작 <아들의 청춘>(息子の青春, 1952)과 기노시타 케이스케가 각본에 참여한 <진심>(まごころ, 1953)에서부터 <넓은 하늘 아래 어딘가에>(この広い空のどこかに, 1954), <뷰티풀 데이즈>(美わしき歳月, 1955), <봄>(泉, 1956)에 이르기까지 다소 감상적인 로맨스나 당대 풍의 드라마로 기노시타의 휴머니즘을 계승해갔던 것이다.
<벽 두터운 방>(壁あつき部屋, 1953)은 평이한 초기작들 사이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그의 고유한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진정한 데뷔작이랄 수 있는 이 영화에서 고바야시는 전범들을 군국주의의 희생자들로 묘사한다. 이러한 관점 때문에 상영이 3년이나 미뤄지긴 했으나. 이 영화는 일평생 그가 탐구하게 되는 주제가 처음으로 제시되는 전기가 되는 작품이다. 이러한 주제의식의 바탕에는 1941년 쇼치쿠(松竹) 영화사에 입사하자마자 징집되어 전쟁포로로 붙잡혀 1946년 스튜디오로 복귀하기까지 고바야시 마사키의 실체험이 깔려있다. 전쟁에 연루된 사적 체험은 시스템에 저항하는 개인 혹은 잔혹한 제도와 개인의 실존적 휴머니즘 간의 충돌이라는 주제로 그의 작품에 지속적으로 나타난다.
고바야시 마사키의 사회적 관심은 대학 야구 스타의 영입을 둘러싼 프로 스포츠계의 상업적 가치에 비판적 시선을 던진 <당신을 삽니다>(あなた買います, 1956)와 미군 기지에 만연한 범죄와 매춘의 실상을 고발한 누아르 영화 <검은 강>(黑い河, 1957)으로 이어진다. 무엇보다 체제에 저항하는 타고난 반골기질이 본격적으로 드러난 영화는 <인간의 조건>(人間の條件, 1959-1961)일 것이다. 지금에야 “군국주의 사회에 내재한 구조화된 잔혹성을 고발한 강력하고 감동적인” 영화로 상찬되고 있지만, 영화가 처음 나왔을 때는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고바야시는 3년의 제작기간, 총 3부작, 9시간 45분의 러닝타임에 달하는 이 대작을 독립프로덕션에서 만들었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인간의 조건>은 강제 징집에 반대하여 군 감옥에 수감된 적이 있는 고바야시의 전력이 양심적 병역 거부자인 주인공에 투영된 작품이다. 이후 지속적으로 함께 작업한 배우 나카다이 다츠야(仲代達矢)가 맡은 그 인물을 감독은 자신의 얼터 에고로 여겼다 한다.
줄곧 현실비판적인 시선을 견지해온 고바야시에게 유명세를 안겨준 것은 시대극이었다.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한 <할복>(切腹, 1962)과 <사무라이 반란>(上意討ち 拝領妻始末, 1967)이 사무라이 극이라면, <괴담>(怪談, 1964)은 귀신 이야기다. <할복>으로 그해 칸느영화제에서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은 그는 2년 뒤 <괴담>으로 다시 한 번 칸느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하게 된다. <할복>은 빈궁한 처지에 놓인 주군 없는 사무라이가 권세 있는 사무라이 가문을 찾아와 할복을 청하는 이야기로 그가 왜 그런 일을 벌이게 되었는지를 플래시백 구조에 실어 나른다. 일종의 사무라이 복수극인 이 영화는 고바야시의 이름을 서구에 널리 알리는 전기가 되었다. 여기서 허울뿐인 사무라이 정신과 형식적 제의에 항거하는 하층계급 주인공은 진정한 사무라이의 명예란 무엇인지 몸으로 보여준다. 흥미로운 것은 반봉건적 관점에 기초한 고바야시의 주제의식이 당대 시대극의 관습을 전복시키는 형태로 이들 영화에서도 관철되고 있다는 점인데, 이에 대해 고바야시는 “시대극이든 현대극이든 내 작업에서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할복>은 고바야시의 영화세계에서 미학적인 도약을 보여주는 영화이기도 하다. <인간의 조건>에서 얼핏 엿보인 미학적 가능성, 이를테면 회화적인 스타일, 면밀한 구도의 군중 쇼트, 갑작스런 움직임과 결합된 정적인 순간들이 <할복>에서 더욱 심화되고 정제된 형태로 드러난다. <괴담>에서는 이와 같은 미학적 스타일이 탐미적인 수준으로까지 극대화된다. 영국 문학가 라프카디오 헌(Lafcadio Hearn)의 일본 괴담 연작 중 4편의 이야기(『흑발』(The Black Hair), 『설녀』(The Woman Of The Snow), 『귀 없는 호이치』(Hoichi, The Earless), 『찻잔 속에』(In A Cup Of Tea))를 뽑아 옴니버스로 구성한 이 영화는 화려한 색감과 대담한 세트를 이용한, 그의 가장 장식적인 영화에 속한다.
1960년대 절정의 시기를 보낸 고바야시에게 1970년대는 완전한 침체기였다. 추진했던 몇 개의 프로젝트가 무산되는 과정을 겪으면서 그는 구로사와 아키라(黑澤明)의 <도데스카덴>(どですかでん, 1970)의 프로듀서를 맡기도 하고, 싫어했던 TV 매체에서 작업하면서 이 시절을 보냈다. 이때 만든 TV용 8부작 <화석>(化石, 1975)은 암으로 사망선고를 받은 중년 사업가를 다룬 영화다. 고바야시는 TV로 이 작품을 보는 것은 거부하고 이를 213분짜리 영화 버전으로 재편집하였다. 그가 다시 사회정치적 이슈로 돌아온 것은 1983년 <도쿄 재판>(東京裁判)에서이다. 방대한 뉴스릴 필름과 아카이브 자료를 활용하여 일본 전범을 다룬 국제 재판을 재구성한 이 다큐멘터리는 러닝타임이 4시간 30분에 이르는 대작이다. 이 작품으로 자신의 초기 주제로 회귀한 고바야시는 유작 <식탁이 없는 집>(食卓のない家, 1985)으로 마지막 여세를 몰아간다. <식탁이 없는 집>에 나타난 ‘사회적 억압에 항거하는, 원칙을 지닌 개인’이라는 주제는 고바야시 마사키의 영화 관(觀)을 요약하는 키워드일 것이다. <식탁이 없는 집>을 끝으로, 고바야시는 1996년 80세 되던 해에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일반적으로 그의 영화는 주제와 의미를 표현하는데 전력을 다한 결과 미묘함이 결여되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럼에도 고바야시 마사키의 영화가 여전히 존중받고 있는 것은 진지한 주제의식과 주제의 통합성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