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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세 나오미
영화인명 가와세 나오미
권역명 동아시아권
직능(직업) 영화감독
국적 일본
작품 목록 <내가 흥미를 느낀 것을 크게 픽스로 다루다>(Watashi ga tsuyoku kyomi o motta mono o okiku fix de kiritoru, I focus on that which interests me, 일본, 1988, 단편, 다큐멘터리)
<내가 생생하게 관계를 맺고 싶은 사물의 구체화>(Watashi ga ikiiki to kakawatta iko to suru jibutsu no gutaika, The concretization of these things flying around me, 일본, 1988, 단편)
(MY J-W-F, 일본, 1988, 단편)
<아빠의 소프트크림>(パパのソフトクリーム, Papa’s Icecream, 일본, 1988, 단편)
<단 한명의 가족>(たったひとりの家族, My Solo Family, 일본, 1989, 단편)
<지금,>(今、, Presently, 일본, 1989, 단편)
<조그만 커다람>(小さな大きさ, A small Largeness, 일본, 1989, 단편)
<여신들의 빵>(女神たちのパン, The Girl’s Daily Bread, 일본, 1990, 단편)
<행복 비슷한 것>(幸福モドキ, Like Happiness, 일본, 1991, 단편, 다큐멘터리)
<따뜻한 포옹>(につつまれて, Embracing, 일본, 1992, 단편, 다큐멘터리)
<하얀 달>(白い月, White Moon, 일본, 1993, 단편, 다큐멘터리)
<달팽이: 나의 할머니>(かたつもり, Katatsumori, 일본, 1994, 단편, 다큐멘터리)
<하늘 보았지>(天、見たけ, See Heaven, 일본, 1995, 단편, 다큐멘터리)
<바람의 기억 1995. 12. 26. 시부야에서>(風の記憶, Memory of the Wind, 일본, 1995, 단편, 다큐멘터리)
<디스 월드>(現しよ, This World, 일본, 1996, 단편, 다큐멘터리)
<태양은 기울고>(陽は傾ぶき, Hi wa katabuki, 일본, 1996, 단편, 다큐멘터리)
<수자쿠>(萌の朱雀, Suzaku, 일본, 1996)
<나무꾼 이야기>(杣人物語, The Weald, 일본, 1997, 다큐멘터리)
<만화경>(万華鏡, Manguekyo/ Kaleidoscope, 1999, 다큐멘터리)
<호타루>(火垂, Firefly, 일본, 2000)
<캬카라바아>(きゃからばあ, Sky, Wind, Fire, Water, Earth, 일본, 2001, 단편, 다큐멘터리)
<벚꽃 편지>(追臆のダンス, Letter from a Yellow Cherry Blossom, 일본, 2003, 다큐멘터리)
<사라소주>(沙羅双樹, Shara, 일본, 2003)
<그림자>(影, Shadow, 일본, 2004, 단편, 다큐멘터리)
<출산>(垂乳女, Tarachime/ Naissance et maternite, 프랑스/ 일본, 2006, 단편, 다큐멘터리)
<너를 보내는 숲>(殯の森, The Mourning Forest, 프랑스/ 일본, 2007)
<나나요>(七夜待, Nanayo, 프랑스/ 일본, 2008)
<가와세 나오미의 서신교환>(In Between Days, 스페인/ 일본, 2009, 단편, 다큐멘터리, 이사키 라쿠에스타 Isaki LACUESTA 공동 연출)
<코마>(拍, Koma, 한국, 2009, 옴니버스 단편 <어떤 방문 Visitors> 中)
<겐핀>(玄牝 -げんぴん-, Genpin: I mystiriodis gynaika, 일본, 2010, 다큐멘터리)
<하네즈>(朱花の月, Hanezu, 일본, 2011)
<홈>(3.11 Sense of Home, 일본, 2011, 단편, 옴니버스)
<식스티 세컨즈 오브 솔리튜드 인 이어 제로>(60 Seconds of Solitude in Year Zero, 에스토니아, 2011, 단편)
저서
소설 『수자쿠 萌の朱雀 Moe no Suzaku』 published by GENTOSHA
소설 『호타루 火垂 Hotaru』 published by GENTOSHA
소개 가와세 나오미 KAWASE Naomi 河瀬直美 (1969~ )
일본의 영화감독. 한때 남편의 성을 따라 센토 나오미(Sento Naomi)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1969년 나라(奈良) 시에서 태어났고, 어릴 적 부모의 이혼으로 성인이 될 때까지 할아버지의 누이(대고모) 손에 자랐다. 조부모와 살면서 자연과 함께 한 이 시기의 체험은 가와세 나오미 영화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영화를 찍기 시작한 것은 오사카의 사진 전문학교(현 오사카 시각예술학교)에 들어가면서 부터이다. 초기작 <내가 흥미를 느낀 것을 크게 픽스로 다루다>(Watashi ga tsuyoku kyomi o motta mono o okiku fix de kiritoru, 1988)부터 <여신들의 빵>(女神たちのパン, 1990)까지 여덟 편의 단편은 워크숍으로 만든 습작들이다. 졸업 후 오사카의 카라오케 비디오 제작회사에 잠시 취직했다가 모교의 요청으로 사진전문학교의 실습 담당 강사로 한동안 일하게 된다.
가와세 나오미 영화의 자전적인 색채는 전문학교 습작에서 이미 뚜렷하게 나타나는데, 시네필이 아니었던 그는 영화사의 전통에 영향을 받지 않고 독창적인 자신의 방법을 찾아나갔다. 그의 창작방식은 자기 자신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사적 체험을 픽션과 논픽션으로 다루는 그의 방법론에 대해 영화평론가 정성일은 “세상의 질서 속에서 고백을 통해 '나'를 발견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평했다. TV와 영화를 거의 보지 않았던 그는 “나는 내 삶에서 실제로 보고 느낀 것으로 영화를 만든다. 난 어떤 영화 제작의 트렌드도 따르지 않는다. 내 영화는 내가 자란 환경으로 구성되었다”는 말로 자신의 영화관을 설명하곤 했다.
1988년부터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극영화와 다큐멘터리, 단편과 장편을 오간 그의 경력에서 첫 번째 주목할 만한 작품은 1992년에 만든 단편 다큐멘터리 <따뜻한 포옹>(につつまれて)이다. 자신이 주연한 단편 습작 <아빠의 소프트크림>(パパのソフトクリーム, 1988)에서 아버지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픽션으로 다루었던 가와세는 <따뜻한 포옹>에서 실제 아버지를 찾아 나선다. 이 영화에서 추억을 기억 속에서 불러내고 자연 속의 식물과 빛을 찍던 그는 어느덧 ‘부재와 소멸’을 조용히 받아들이게 된다. 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가족을 다룬 가와세의 영화를 영화평론가 요모타 이누히코(四方田 犬彦)는 ‘패밀리 로맨스’라고 지칭한 바 있다. 가와세의 패밀리 로맨스는 크게 다큐멘터리와 극영화,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된다. 할머니에 대한 다큐멘터리 <달팽이: 나의 할머니>(かたつもり, 1994), <하늘 보았지>(天、見たけ, 1995), <태양은 기울고>(陽は傾ぶき, 1996)가 한 축이라면, 가족을 주제로 한 극영화 <하얀 달>(白い月, 1993), <수자쿠>(萌の朱雀, 1996), <너를 보내는 숲>(殯の森, 2007)이 또 다른 축을 이룬다. 극영화든 다큐멘터리든 그는 핸드헬드 카메라로 대상에 최대한 접근하여 감정을 담아내려 한다. 이를테면 <달팽이>에서 여든 다섯 살 할머니가 농사일을 하는 광경을 지켜보고, 손녀를 키우던 추억을 이야기할 때 카메라는 할머니와의 친밀감을 확인하려는 듯 극도의 클로즈업으로 대상에 다가선다. 이때 “드라마는 그가 묘사하는 자연의 리듬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인간존재의 생명력과 진솔한 감정에 흡수되어 사라진다.”(마크 실링(Mark Schilling)).
가와세 나오미의 이름을 극적으로 부각시킨 영화는 <수자쿠>(1996)이다. 이마무라 쇼헤이(今村昌平)가 <우나기>(うなぎ, 1996)로 칸느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그해, 이름도 없던 스물여덟의 가와세는 <수자쿠>로 칸느영화제 황금카메라 상의 최연소 수상자가 되었다. 시골마을에 사는 한 가족의 15년에 걸친 이야기를 다룬 <수자쿠>에서는 자연과 신화의 세계, 내성적인 인물들, 사라진 아버지 등 가와세 영화의 모티프들이 반복되고 있다. 삶과 죽음의 문제는 또 다른 주제를 이룬다. 아버지의 부고 소식에 그를 떠나보내는 자신만의 제의를 담은 <캬카라바아>(きゃからばあ, 2001), 유명한 사진작가 니시이 카즈오의 마지막 모습을 담은 <벚꽃 편지>(追臆のダンス, 2003), 그리고 할머니의 죽음과 자신의 출산을 기록한 <출산>(垂乳女, 2006)이 생명의 시작과 끝을 다룬 사적 다큐멘터리들이라면, 이러한 주제는 마을 축제를 배경으로 쌍둥이 형제의 실종과 출산을 다룬 <사라소주>(沙羅双樹, 2003), 아이를 잃고 요양원에 치매 노인을 돌보러 온 여성의 이야기인 <너를 보내는 숲> 등의 극영화로도 이어진다.
2000년대 들어 몇 편의 멜로드라마를 찍기도 했는데, 내성적인 스트립 댄서와 트라우마를 지닌 도자기공의 로맨스를 다룬 <호타루>(火垂, 2000), 2009년 전주국제영화제 삼인삼색 프로젝트 <어떤 방문> 중 한편인 <코마>(拍)가 여기에 속한다. 2011년에 가와세는 일본 고대 도시를 배경으로 신화적 기운이 물씬한 불륜 멜로 <하네즈>(朱花の月)로 칸느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3. 11 일본 대지진을 추모하기 위해 봉준호, 빅토르 에리세(Victor Erice), 지아장커(賈樟柯), 요나스 메커스(Jonas Mekas), 아핏차퐁 위라세타쿤(Apichatpong Weerasethakul) 등 20명의 감독과 함께, 각 3분 11초짜리 단편으로 구성된 옴니버스 <홈>(3.11 Sense of Home, 2011)을 완성했다.
가와세 나오미는 정치 사회적인 이슈와 거리를 두고 개인의 비전을 표현하는데 관심을 기울인 현대 다큐멘터리의 새로운 세대로 평가되곤 한다. 그의 영화에서 픽션과 다큐멘터리의 경계는 뚜렷하지 않다. 자신이 태어난 나라 지역을 배경으로 그곳의 자연환경과 시골 사람들의 생활방식을 로케이션 촬영, 핸드헬드 카메라, 자연광으로 포착할 때, 그 이면에는 개인의 체험이 일관되게 깔려있었다. 그가 주로 다루는 가족의 이산이라는 모티프, 트라우마를 지닌 인물들, 더 넓게는 삶과 죽음의 문제 또한 자전적 경험에서 나와 가공되지 않은 형태로 제시된다. 주로 비직업 배우들과 작업하면서 일상에 뿌리를 둔 행위의 미묘한 뉘앙스를 즉흥연기로 이끌어내는 능력도 거기에 기인할 것이다. 후기작으로 갈수록 자연에 대한 시적인 시선이 개입되고 신화적인 색채도 더 강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요모타 이누히코(四方田 犬彦)는 “패밀리 로맨스로 출발하여 자전적 차원의 갈등을 지나, 애니미즘 animism 적 세계관의 수립을 향해가는” 가와세의 영화적 방식이 "1990년대 이후 일본영화에 적지 않은 자극을 주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