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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인명 고레에다 히로카즈
권역명 동아시아권
직능(직업) 영화감독
국적 일본
작품 목록 <환상의 빛>(幻の光, Maborosi, 일본, 1995)
<원더풀 라이프>(ワンダフルライフ, After Life, 일본, 1998)
<디스턴스>(DISTANCE, Distance, 일본, 2001)
<돌아왔다! 형사 축제>(帰ってきた刑事まつり, Cop Festival Returns, 일본, 2003, 옴니버스)
<아무도 모른다>(誰も知らない, Nobody Knows, 일본, 2004)
<하나>(花よりもなほ, More Than Flower, 일본, 2006)
<걸어도 걸어도>(歩いても 歩いても, Still Walking, 일본, 2008)
<공기인형>(空気人形, Air Doll, 일본, 2009)
<야릇한 문호 괴담>(妖しき文豪怪談, Kaidan - Horror Classics, 일본, 2010, 옴니버스)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奇跡, I Wish, 일본, 2011)
<그리고 아버지는>(そして父になる, Soshite Chichi ni Naru, 일본, 2013)
저서
『그러나... 어느 복지고급관료의 죽음의 궤적 しかし…-ある福祉高級官僚 死への軌跡』(あけび書房, 1992)
『관료는 왜 죽음을 택했는가: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官僚はなぜ死を選んだのか: 現実と理想の間で』(日経ビジネス人文庫, 2001)
『소설 원더풀 라이프 小説 ワンダフルライフ』(ハヤカワ文庫, 1999)
『디스턴스: 영화제작과정 DISTANCE: 映画が作られるまで〜』(スイッチパブリッシング, 2001)
『그 무렵: 아이의 일상 あの頃のこと-Every day as a child』(ソニーマガジンズ, 2004, 공저)
『하나 花よりもなほ』(角川書店, 2006)
『걸어도 걸어도 歩いても 歩いても』(幻冬舎, 2008)
『그래도 텔레비전은 끝나지 않는다 それでもテレビは終わらない』(岩波ブックレット, 2010, 공저)
『기적 奇跡』(文藝春秋, 2011)
소개 고레에다 히로카즈 KOREEDA Hirokazu 是枝裕和 (1962~ )
일본의 영화감독. 1962년 도쿄(東京)에서 태어났다. 와세다대학(早稲田大学)에서 문학을 전공한 그는 소설가 지망생이었지만 졸업 후 "언어보다는 이미지로 작업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독립 TV 프로덕션에서 다큐멘터리 작업을 시작하였다. 송아지 '로라'를 키우는 초등학생들을 담은 다큐멘터리 <또 하나의 교육>(もう一つの敎育, 1991)을 시작으로, 미나마타병의 보상금을 책임지던 환경청 고위 관리의 자살이 모티프가 된 <그러나 복지를 버리는 시대로>(しかし…福祉切り捨ての時代に, 1991), 죽음을 앞둔 에이즈 환자의 비디오 다이어리 <그가 없는 8월>(彼のいない八月が, 1994), 의학 사고로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린 남자에 대한 <기억을 잃어버린 때>(記憶が失われた時, 1996)로 갤럭시상과 ATP상을 비롯하여 많은 다큐멘터리 상을 받았다. 교육, 사회복지, 죽음, 기억 등 이 시기 그가 다룬 테마와 작업방식은 이후 그의 극영화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다큐멘터리에서 극영화로 전환하게 된 것은 대만 뉴웨이브의 거장 허우샤오시엔(侯孝賢)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허우샤오시엔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작업하는 과정에서 그에게서 받은 감화에 힘입고 <그러나 복지를 버리는 시대로>에서 만난 환경청 관리의 미망인의 삶에서 영감을 받아 극영화 데뷔작 <환상의 빛>(幻の光 , 1995)을 완성하였다.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런 예고도 없이 자살해버린 남편으로 인해 고통받는 아내를 다룬 이 작품은 사색적이고 유려한 영상으로 평단의 극찬을 받으며 베니스영화제 황금오셀리오니상과 밴쿠버와 시카고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였다. "죽음과 회한에 관한 그래픽한 명상"(미국의 평론가 댄 호프만Dan Hoffman)인 <환상의 빛>은 감정적 수식을 배제한 고정된 카메라의 롱쇼트라는 고레에다의 스타일을 예고한 작품이다.
두 번째 영화 <원더풀 라이프>(ワンダフルライフ, 1998)는 데뷔작의 꽉 짜여진 구도에서 벗어나 다큐멘터리 작업의 유연한 방식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작품이다. 죽은 자들이 임시로 머무는 림보라는 공간에서 일생 동안 가장 행복한 순간을 기억해내는 사자들의 일화를 다룬 판타지 스토리에, 숱한 인터뷰를 통해 비직업배우들이 스스로 대사를 만들고 카메라는 조명도 없이 즉흥적으로 움직이는 식의 다큐적인 제작방식을 결합하였다. 삶의 의미를 강화하는 모티프로서의 죽음과 기억이라는 테마가 잘 드러난 영화로 국내외 여러 영화제에서 다수의 상을 수상하였다. 고레에다는 2001년에 옴진리교 사건을 모티프로 한 <디스턴스>(Distance)로 칸영화제 경쟁부문 초청된 후에 2004년에 <아무도 모른다>(誰も知らない)로 다시 칸영화제 경쟁에 소개되어 국제적인 인지도를 얻게 되었다. 1988년 도쿄에서 일어난 실제사건을 바탕으로 한 <아무도 모른다>는 부모에게 버려진 어린 네 남매의 생존투쟁을 정적인 다큐멘터리 스타일로 재현한 성장영화이다. 고레에다는 이 전형적인 비극에 비감과 비판의 시선을 두기보다는 아이들의 생에 대한 의지와 에너지를 관찰하는 쪽을 택했고, 칸영화제는 야기라 유야(柳楽優弥)에게 최연소 주연남우상을 안겼다.
2년 뒤 고레에다는 첫 시대극에 도전한다.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한 <하나>(花よりもなほ, 2006)는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길을 나섰지만 막상 적과 맞닥뜨린 순간 복수할 마음이 별로 없는 한 인물을 내세운 유머러스한 시대극이다. 고레에다는 "무사도 정신이 일본의 국가정체성인양 부상하고 있는 것에 대한 반발심리"로 '일본의 전형적인 사무라이 복수담이 곧 영웅담이 되는 것을 뒤집어서 우스운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로 영화의 의도를 설명한 바 있다. 2008년에 그는 <걸어도 걸어도>(歩いても 歩いても)로 다시 현대일본인들의 내면관찰기로 돌아온다.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감독의 개인적 경험을 토대로 장남의 기일에 모인 한 가족의 1박 2일을 다큐멘터리적인 시선으로 다루었다. 여기서 서로의 속내를 드러내며 상처를 주고받는 한 가족의 초상은 오즈 야스지로(小津安二郎) 가족의 현대적 버전처럼 읽힌다. 다음 해 고레에다는 섹스토이인 노조미에게 영혼이 생겨났다는 설정으로 시작되는 판타지 동화 <공기인형>(空気人形, 2009)에서 노조미 역에 배두나를 캐스팅하였다. 판타지이긴 하지만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라는 점에서 그의 테마에서 멀지 않은 영화로, 상은 주로 배두나에게 쏟아졌다. 2011년에는 신칸센 규슈선 개통기념으로 일본철도청의 제안으로 시작된 기획영화를 전적으로 고레에다 풍의 작가영화로 만든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奇跡, 2011)이 나왔다. 부모의 이혼으로 떨어져 사는 두 형제의 작은 모험기로, <아무도 모른다>에 이어 아이들에 관한 고레에다의 탁월한 연기연출 솜씨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죽음과 기억, 상실과 부재라는 테마를 주로 다뤄온 감독이다. “내 영화가 픽션과 다큐의 경계를 부술 수 있길 바란다. 그 경계란 것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그리 공고하지 않다.”라고 말해온 그는 자주 비직업배우를 기용하여 그들과의 교감을 바탕으로 다큐멘터리를 찍는 방식으로 극영화를 만들어왔다. 그가 취한 소재는 현실에 바탕을 둔, 대부분은 비극이라 말할 만한 것이지만 비관이나 냉소에 기울지 않고 궁극적으로 인간 내면의 힘을 긍정하는 것에 이른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8편의 장편극영화를 내놓은 과작의 감독이지만 동시대 일본영화, 더 나아가 현대 아시아에서 가장 뛰어난 작가 감독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2010년대에 들어 그는 니시카와 미와(西川美和)의 <산딸기>(蛇イチゴ, 2003)와 <유레루>(ゆれる, 2006), 스나다 마미(砂田麻美)의 <엔딩노트>(エンディングノート, 2011) 등 일본의 젊은 신진감독들의 영화에 프로듀서로도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