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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환자 진료거부 사건
갈등개요

1) 갈등 개요와 원인


응급환자진료거부사건은 지난 1972년 8월에 중화상을 입은 어린이 환자와 산모가 진료거부로 몇몇 병원을 전전하다가 어린 화상환자는 사망하고, 산모는 사산(死産)하는 사건이 일어나면서 발생한 갈등이다. 이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자 보건사회부는 의료법 제22조제1항에 근거를 두고, 응급환자의 진료거부를 막도록 하는 「국민의료관리에 관한 명령」을 발표했다. 이에 대한의학협회와 병원협회는 진료거부사건 자체에 대해서는 사과하지만, 응급환자 진료거부사건이 발생한 근본적인 요인은 의료제도와 행정시책의 잘못에 있다고 지적하면서 행정명령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반발하였다. 그러나 정부는 진료를 거부한 국립의료원 등 6개 병원 의사를 구속하고, 부산에서 발생한 유사한 사건으로 부산의대와 부산시립병원 의사 2명을 구속하는 사태까지 번지면서 의료계와 보건사회부의 갈등이 고조되었다.

사태가 확대일로에 있자 의과대학병원 인턴들은 의사구속사태에 대한 반발성명을 내는 등 갈등이 확산되었다. 하지만 반발에도 불구하고 보건사회부는 명령을 철회할 의사가 없다고 분명히 하였다. 8월 16일 대한의학협회와 대한병원협회는 각각 전국병원장회의를 개최하고, 국회와 청와대에 행정명령 철회를 청원하였다. 한편으로는 응급환자진료지침을 마련하여 시달하는 등 개선노력도 보였다. 이에 보건사회부는 「국민의료관리에 관한 명령시행에 따른 운영지침」을 마련하여 양측의 타협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이후 유신헌법 개정과정으로 갈등양상이 표면화되지 않다가 1973년 2월 9일 의료법 개정으로 일단락되었다.



2) 주요 쟁점과 이해당사자 의견


이 사례는 응급환자의 진료거부사건으로 발생하여 의사가 구속되는 사태까지 번졌으나 근본적인 원인은 의료제도에 있었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대안을 놓고 협의하는 문화가 부족한 데서 발생하였다. 

보건사회부는 ⓛ 병원은 응급환자처리에 대한 전권을 응급실 담당의사나 숙직의사에게 위임할 것 ② 구급환자가 진료비를 지불하지 못할 경우 담당의사에게 책임을 지우지 말고 병원장이 책임질 것 ③ 응급환자를 거부하는 의료인은 즉시 보사부에 보고할 것 ④ 가짜 응급환자나 사망한 응급환자의 유족이 행패를 부릴 경우 이를 엄단할 것 등을 요구하였다. 또한 대한의학협회나 대한병원협회의 우려에 대해서도 구급환자 여부는 의사가 판단할 일이므로 환자나 보호자가 응급환자가 아닌데도 응급처치를 요구할 경우 이를 거절해도 무방하며, 행정명령에 의한 응급환자의 응급처치의무가 곧 무료진료를 뜻하지 않기 때문에 경제적 능력이 있는 환자에 대해서는 병원규칙에 따라 응분의 조치를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가짜 응급환자나 의사가 최선을 다했어도 응급환자가 사망했을 경우, 기물을 부수거나 협박하여 각종 보상을 요구하는 행패는 고발하는 등 엄중히 조처할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대한의학협회나 대한병원협회는 진료거부사건을 전적으로 의사들에게만 책임을 지우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하면서 제도상의 결함과 행정시책의 미흡을 시정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① 행정명령을 즉각 철회할 것 ② 구급환자 무료진료제도로 「응급센터」를 설치할 것 ③ 국·공립병원 응급무료진료에 소요되는 예산을 증액하고 의료요원의 처우를 개선할 것 ④ 불의의 의료사고로 의사를 마구 구속하는 사례가 많아 진료업무에 지장이 많으므로 의사의 범법여부가 확인될 때까지 신분을 보장할 것 ⑤ 보사부장관은 이번 문제해결에 모든 책임을 지라는 입장이었다.

또한 의과대학부속병원 인턴들은 기존 병원운영제도 아래서는 응급환자라도 사무적인 수속 등 입원절차를 마쳐야 진료가 가능하고, 의사가 환자의 보증을 설 경우 치료비를 받지 못하면 의사의 봉급에서 이를 공제하고 있고, 의사 자신이 치료 이외의 행위를 할 수 없는 등 의사가 양심에 따라 진료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라며 병원당국과 병원제도, 그리고 사회의료제도의 개선을 요구하였다.

진행경과

응급환자 진료거부사건이 발생하자 보건사회부는 「국민의료관리에 관한 명령」(보건사회부 고시 제16호)을 발표하였고, 이에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갈등이 시작되었다. 응급환자 진료거부는 오래전부터 의료계에 존속해 있던 관행이었지만, 1972년 8월에만 “비정의료(非情醫療)”라며 3건의 사건이 발생하였다.

1972년 8월 2일 부산에서는 친구의 발에 차여 장파열상을 입은 환자가 수술비가 없다는 이유로 응급치료를 받지 못하고 15시간 만에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또한 서울에서는 8월 6일 3세 화상환자가 어머니의 품에 안겨 서울시내 8개 병원을 헤맸으나, 입원을 거절당했다. 밤 10시가 넘어서야 겨우 청량리 성바오로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았지만, 8월 8일 새벽 2시 30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또한 8월 7일 임산부가 산기(産氣)를 느껴 이웃 개인병원 두 군데를 찾아갔으나, 입원보증금이 없다는 이유로 치료거절을 당했다. 그날 저녁 세 번째로 한양대학부속병원 응급실에 찾아갔으나, 역시 200원짜리 진찰권을 살 돈이 없다며 치료를 받지 못했다. 그러는 동안 산모의 몸 밖으로 탯줄이 나오는 등 걷기조차 힘들 정도였다. 하지만 밤 9시 50분쯤 서울동부시립병원 응급실로 찾아갔으나, 담당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다른 시립병원으로 옮기라며 산모를 퇴실시켰다. 산모는 용산경찰서에 찾아가 이를 호소하였고, 경찰차를 타고 다시 서울시립남부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역시 담당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8일 오전 0시 10분쯤 경찰차에 의해 서울동부시립병원 야간진료센터에 옮겨 산모는 제왕절개수술을 시행했으나, 이미 아이는 사망한 후였다.

이와 같은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자 보건사회부는 1972년 8월 9일 모든 의료기관은 구급을 요하는 환자에 대해 진료시간과 환자의 경제적 능력 등 어떠한 이유를 막론하고, 응급조치를 취할 의무를 부과하는 「국민의료관리에 관한 명령」(보사부 고시 제16호)을 발표했다. 의료법 제22조제1항에 따라 취해진 이 같은 행정명령은 일부 의료기관이 응급진료비를 부담할 능력이 없는 환자에 대해 구급조치를 거부함에 따라 내려진 것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8월 9일 한양대 외과대학부속병원 의사를 고발하였다. 그리고 서울시립동부병원과 남부병원의 당직의사를 직위해제하고, 징계위원회에도 회부했다. 또한 산모 및 화상어린이의 진료를 거부한 병원을 수사 중인 서울시경은 8월 10일 국립의료원 등 이 사건에 관련된 10개 병원 의사 12명을 의료법위반협의로 입건하고, 이 가운데 9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1명을 수배하는 한편, 나머지 5명을 불구속하였다. 부산에서 발생한 사건은 부산대학병원 응급실담당 의사와 부산시립병원 의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정부가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잇따른 응급환자 진료거부사건에 대해 정부의 강경한 대응으로 동료의사들이 구속되는 사태까지 번지자 서울대학교 의대부속병원 인턴 40여명은 8월 10일 모임을 갖았다. 모임에서 ‘최근 응급환자의 진료거부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의료인으로서 책임을 느낀다’고 전제하고, ‘의사가 양심에 따라 진료할 수 있는 병원제도의 확립’을 병원당국에 구두로 건의하는 등 반발이 일기 시작했다.

대한의학협회는 8월 11일 보사부가 환자의 경제적 능력이나 진료시간에 관계없이 모든 의료기관이 응급조치를 적시에 실시해야 한다는 「국민의료기관에 관한 명령」을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하며, 보건사회부의 명령에 정면으로 맞섰다. 대한의학협회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의료인들의 몇 번의 진료거부사건을 전적으로 의사들에게만 책임을 지우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하고, 제도상의 결함과 행정시책의 미흡을 시정하라고 요구했다. 이 성명은 또 ① 행정명령을 즉각 철회할 것 ② 구급환자 무료진료제도로 응급센터를 설치할 것 ③ 국·공립병원 응급무료진료에 소요되는 예산을 증액하고 의료요원의 처우를 개선할 것 ④ 불의의 의료사고로 의사를 마구 구속하는 사례가 많아 진료업무에 지장이 많으므로 의사의 범법여부가 확인될 때까지 신분을 보장할 것 ⑤ 보사부장관은 이번 문제해결에 모든 책임을 질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하였다. 대한병원협회도 국립의료원에서 전국병원장회의를 열고 정부에 대해 무료응급센터의 증설과 의료인의 신분보장 및 행정명령의 조속한 철회를 결의하는 등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였다.

부산에서는 8월 12일 부산대학병원 레지던트 22명은 진료거부를 이유로 구속된 동료의사에 대해 그런 사실이 없다며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이 성명서에는 ① 응급환자가 병원에 왔을 때 담당의사는 7시간 반 동안 치료를 계속했으며 ② 병원운영규정에 의한 입원절차를 빨리 밟도록 수차 촉구했고 ③ 진료를 거부한 사실은 없으며 교대시간이 되어 숙소로 돌아갔을 뿐 방치한 것은 아니었다고 경찰수사에 반발하였다. 이와 같이 대한의학협회와 대한병원협회, 그리고 대학병원 인턴들의 즉각적인 반발이 일었으나 보건사회부는 행정명령을 철회할 의사가 없을 분명히 하였다.

8월 14일 보건사회부는 ‘모든 의료기관에서 시간적인 이유와 경제적인 이유를 들어 응급 환자의 진료를 거부하지 말라’고 내린 보사부의 행정명령을 결코 철회할 수 없다면서 의학협회 측의 행정명령 즉각 철회요청에 맞섰다. 그러나 국립의료원을 비롯하여 서울시립병원과 적십자병원에서는 응급환자치료센터를 마련하고, 앞으로 응급환자 진찰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확약을 받았기 때문에 시비는 차츰 해소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응하여 대한의학협회는 8월 16일 응급환자 진료를 위한 중앙대책위원회를 설치하고, 응급환자 진료지침을 마련해 전국시도의사회에 시달했다. 이것은 보건사회부가 마련한 시행명령에 대응하여 대한의학협회가 한발 물러선 것이었다.

대한의학협회의 지침에서는 ① 구 또는 시․군단위로 각 의사회의 윤번담당제를 강화 실시하며 ② 윤번담당의 감당할 수 없는 중환자는 종합병원에 이송하며 ③ 윤번담당의사는 해당지역 경찰서에 순번을 사전통고하여 환자이송 등에 최대한 협조를 얻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또한 대한의학협회는 이날 청와대와 국회에 청원서를 발송하였는데 ① 지역별 응급센터 설치와 관계기관과의 긴밀한 협조체계를 확립할 수 있도록 입법, 행정, 재정적인 지원을 해줄 것 ② 국·공립병원의 응급환자 무료진료에 소요되는 예산을 증액하여 책정하고 의료요원의 처우를 개선해 줄 것 ③ 의사의 구속은 신중을 기할 것 등을 요청했다.

대한의학협회의 전국시도의사회에 시달된 진료지침은 어느 정도 갈등해소를 위한 노력이 포함된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응급환자진료거부사태에 대한 책임이 인술시비에 있지 않고 제도적 문제로 해소되길 바라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보건사회부는 8월 18일 「국민의료관리에 관한 명령시행에 따른 운영지침」을 마련하여 발표하였다. 내용을 보면 ⓛ 각 병원은 응급환자 처리에 대한 전권을 응급실 담당의사나 숙직의사에게 위임할 것 ② 구급환자가 진료비를 지불하지 못할 경우 담당의사에게 책임을 지우지 말고 병원장이 책임질 것 ③ 응급환자를 거부하는 의료인은 즉시 보사부에 보고할 것 ④ 가짜 응급환자나 사망한 응급환자의 유족이 행패를 부릴 경우 이를 엄단할 것 등을 각시·도에 지시했다.

  보사부의 이 같은 지시는 지금까지 응급환자의 치료나 입·퇴원권을 일부 병원에서 의사가 아닌 행정직원이 갖고 있어 구급환자처리에 지장을 가져왔으며, 일부병원은 응급환자를 치료했으나 돈을 받지 못하게 될 경우 담당의사의 봉급이나 보수에서 공제하고 있었음을 지적했다. 이는 의사들이 돈 없는 응급환자를 거부하는 한 원인이 되기도 했다. 보사부는 이 같은 내규를 갖고 있는 병원은 즉시 이 내규를 고치도록 지시했다.

이로써 응급환자 진료거부사건으로 촉발된 의료계와 보건사회부의 갈등은 제도개선으로 해소될 여지가 있음을 상호 확인한 것이었다. 이와 같은 갈등은 이른바 유신헌법이 개정작업이 정부차원에서 진행되면서 갈등양상이 수면 아래로 내려앉았다가 유신헌법에 의해 꾸려진 비상국무회의에서 의료법개정이 되면서 명문화되었다. 한편, 1972년 8월 6일 서울대의대에 실려온 화상환자의 진료를 거부했다는 혐의로 검찰에 의해 약식기소 되었던 의사가 법원에 정식재판을 청구했는데, 서울형사지법에서 무죄를 선고받기도 하였다.

진행경과


1972. 8. 2.

        8. 6.

        8. 7.

        8. 8.

        8. 9.

 

        8. 10.

 

        8. 11.

        8. 12.

        8. 14.

        8. 16.

        8. 18.

1973. 2. 9.

1974. 1. 28.

부산 어린이 사망(부산의과대학병원 진료거부)

국립의료원 등, 서울 중화상환자 치료 거부

서울 산모치료거부 사산

중화상어린이 환자 사망

보사부, “국민의료관리에 대한 명령”(보사부 고시 제16호).

서울시, “서울시립동부병원” 의사 2명 직위해제

국립의료원등 의사 6명 의료법위반 구속영장 청구

서울의대병원 인턴 48명 성명

부산의대병원·부산시립병원 의사 입건. 대한의학협회 성명서 : 보사부 행정명령 철회 요구

부산의대병원 인턴 22명 성명

보사부, 명령 철회의사 없음 천명

대한의학협회, 응급환자 진료 지침 시달. 국회 및 대통령 청원

보사부, “국민의료관리에 관한 명령시행에 따른 운영지침” 마련

비상국무회의, 의료법 개정

서울지법, 중화상어린이 환자 진료거부의사 무죄 판결

발생기간 1972-08-01 ~ 1973-02-01
주체 정부-민간
이해당사자 보건사회부, 의료계(대한의학협회, 대한병원협회, 서울대부속병원, 부산의대병원)
지역 전국
행정기능 보건
성격 이익갈등
해결여부 해결
정권 박정희
주요용어 응급환자 진료거부, 국민의료관리에 관한 명령, 대한의학협회, 의료법 제22조제1항
참고문헌 보건사회부고시 제16호 “국민의료관리에 관한 명령”, 관보 제6227호. 경향신문 1972. 8. 11. 경향신문 1972. 8. 16. 경향신문 1972. 8. 17. 경향신문 1972. 8. 21. 동아일보 1972. 8. 11.  동아일보 1972. 8. 12.  중앙일보 1972. 8. 10. 중앙일보 1972. 8. 11. 중앙일보 1972. 8.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