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갈등은 보사부가 암 등록제를 계획하여 이를 산하기관인 국립의료원에 업무를 맡긴데 대해 대한암협회가 반발하면서 촉발된 갈등이다. 대한암협회는 정부의 예산부족과 병원의 비협조로 힘겹게 운영되고 있던 상황에서 보사부가 자신들의 업무를 뺏어 갔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1974년 설립된 대한암협회는 의학계의 암전문가로 구성되었고, 1974년 회원들의 성금과 독지가의 도움으로 각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하여 암 발생 및 생존율 등 암질환 통계를 꾸준히 작성·관리해왔었다. 암등록제도는 암환자의 병력(病歷)을 수집해 어떤 암이 많이 일어나고 어떻게 치료되고 있는가를 알아보기 위해 암환자를 추적하는 시스템이었다. 외국의 선진국들은 이미 수십년전부터 이 제도를 실시하여 암환자를 파악하고 있었다. 대한암협회는 1974년부터 전국 69개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이 제도를 마련하여 실시해 왔으나 예산이 없고, 그나마 병원의 비협조적인 태도로 지지부진한 상태에 이르러 있는 형편이었다. 1974년 처음 이 제도가 생겼을 때는 전국 27개 병원이 참여하였으나 1977년부터는 원자력병원, 세브란스 병원 등 겨우 4개 병원만이 등록제도에 참여하고 있었다. 보사부는 1980년 7월 1일부터 암등록사업을 시작할 계획으로 전국의 암환자들을 일련번호로 카드화하여 암의 유형을 조사해 효과적인 치료·관리를 위해 처음 실시되는 것이라 밝혔다. 보사부는 전국의 병리의사가 있는 51개 종합병원을 암등록병원으로 지정하여 이들 병원에 WHO(세계보건기구)형식의 통일된 등록 카드를 배부하는 한편, 이들 병원의 의무기록사 53명을 소집하여 등록업무에 관한 교육을 실시하였다. 보사부가 전국의 병·의원 중 암 등록지정병원을 51개 종합병원으로 국한시킨 이유는 암환자의 이중등록을 방지하고, 학술적인 뒷받침이 가능토록 하며, 암 확진(確診)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병리의사가 있는 병원으로 제한했다고 밝혔다. 보사부는 이 같은 암 등록사업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30대 이후의 사람은 1년에 한 번씩은 꼭 암검진을 받도록 당부했다. 이러한 보사부의 계획에 대한암협회는 크게 반발하였다. 이들은 “현재 협회의 암등록제도도 예산부족, 병원의 비협조로 제대로 진척이 안 되고 있는 마당에 당국이 또 다른 등록제도를 시행하는 것은 오히려 혼선을 빚을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였다. 이들은 암통계의 시급성에 비추어 정부는 암등록제도를 일원화하고, 국가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들의 비판은 보사부가 대한병원협회에 공문을 통해 등록제도를 실시할 계획이니 각급 병원은 암환자통계를 국립의료원에 보내달라는 요청을 한데서 비롯됐다. 대한암협회는 암등록제도에 연간 1,000만원의 예산지원만 있었더라도 과거 5년 동안 암통계가 훨씬 잘 잡혔을 것이라며 당국이 또 다른 제도를 마련한 것은 국가적인 예산낭비라고 비판하였다. 이들은 외국의 사례처럼 협회가 이를 주관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이들은 10여년 동안 암등록제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는데, 이제 와서 암등록업무를 뺏어가는 일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면서 7년여 동안 정부의 지원 한 번 받지 않고 일해 온 것에 대해 고맙게는 생각지 못할망정 협회 팔다리를 자르는 일을 보사부가 할 수 있겠느냐고 비난했다. 이들은 보사부가 좀 더 빨리 암등록제도를 만들었다면 지금쯤은 암통계의 윤곽이 드러났을 것이라며 늦게 시작한 보사부가 암등록업무를 협회와 경쟁적으로 이원화시킨 것은 오히려 혼선만 빚게 될 것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진행경과 | | 1974. 1977. 1980. 1. 20. 1980. 4. 26. 1980. 6. 27. 1980. 7. 1. | 대한암협회 설립. 전국 69개 병원 대상 암등록제 실시 4개 병원으로 등록제도 참여병원 축소 암등록센터 첫 실태 분석 대한암협회, 이사회에서 보사부 정책 비난 보사부, 전국 병·의원 중 암등록지정병원 51개 종합병원으로 제한. 국립의료원, 한국병원 암등록사업 워크샵 개최 암 등록제 실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