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트의 연필소묘 <고다이버>는 갈등하는 여성인물의 내면을 흑백의 섬세한 연필터치로 표현하였다. 여인의 정면에는 나신의 예수가 의미심장하게 십자가에 달려있다. 이것은 그녀의 경건한 신앙심을 나타내는 동시에 젊은 예수처럼 나체로 자신을 희생해야 함을 암시하고 있다. 창밖으로는 멀리 교회의 십자가 종탑이 보인다. 그녀가 베푸는 자비의 동기가 바로 기독교적 박애정신을 바탕으로 함을 나타낸다. 또한 오른쪽 뒷배경에 보이는 곡식의 이삭 형태의 벽면 장식은 그녀의 결단과 행동이 가져다줄 농민들의 결실과 풍요로운 마음을 암시하고 있다. 그림 속의 인물은 얼굴을 돌려 실내의 한 곳을 응시하고 있다. 뒤쪽으로 반쯤 돌린 몸의 자세는 고다이버가 자신의 결심을 행동으로 옮기기에 앞서 아직 주저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녀의 손은 탈의를 위해 곧 풀어버려야 할 허리끈을 잡고 있으나, 그녀의 시선은 그녀의 존재기반의 상징인 방안에 고정되어 있다. 이 그림은 다른 그림들에서 나타나는 고다이버의 젊고 아름다운 모습이나 영웅적인 당당함보다는, 여성에게 치명적 수치가 되는 나신을 드러내는 일에 대한 고다이버의 내면적 갈등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