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형콘텐츠를 로맨스 이야기로 변용시킨 이 영화에서 빨간모자는 늑대의 딸이기도 하고 연인이기도 하며 사랑을 위해 목숨을 거는 여성으로 변용된다. 발레리(원형콘텐츠의 빨간모자)는 어린 소녀가 아닌 성인 여성이며, 원형콘텐츠에서와는 달리 아버지가 서사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발레리가 사는 마을에는 오래 전부터 사람으로 변신하는 늑대인간(원형콘텐츠의 늑대)이 마을주민을 위협하고 있다. 원형콘텐츠의 나쁜 늑대는 늑대인간의 힘을 딸에게 전수하기 위해 딸을 강제로 늑대인간으로 만들려고 하는 발레리의 아버지로 변용된다. 여기에 발레리와 피터, 헨리의 삼각관계, 어머니의 비밀과 출생의 비밀, 늑대인간의 피가 흐르는 가족사의 비밀 등이 새롭게 첨가된다. 발레리는 늑대인간을 알아볼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숲 속에 사는 할머니를 찾아가는 길에 발레리는 연인인 피터를 만나는데 피터를 늑대인간이라 여겨 칼로 찌르고 할머니 집으로 도망간다. 그런데 그곳에 와 있는 아버지를 보고 그가 바로 늑대인간임을 알게 된다. 발레리는 늑대인간이 되길 원치 않는다. 그때 부상당한 피터가 나타나 아버지와 싸우는 중에 결국 발레리는 아버지를 죽이게 된다. 그리고 아버지에게 물린 피터가 늑대인간이 된다. 발레리와 피터는 이 비밀을 감추기 위해 죽은 아버지의 배를 갈라 돌로 채우고 바다에 던진다. 피터는 발레리를 위해 떠나고 발레리는 피터를 기다리겠다고 약속한다. 마을은 다시 정상을 되찾게 되고, 발레리는 숲 속 할머니 집에서 산다. 어느 날 밤 빨간 망토를 두른 발레리와 늑대인간인 피터는 웃으며 만난다. 원형콘텐츠의 빨간모자는 가족과 사회의 요구에 맞서 자신의 사랑을 쟁취하고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것을 강요하는 아버지를 죽이기까지 하는 강한 여성상으로 그려지면서 늑대로 상징되는 남성의 힘에 순진하고 힘없이 희생되는 원형콘텐츠에서의 이미지가 제거된다. 동시에 늑대는 연인으로 변용되는 아이러니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