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빌레는 미켈란젤로의 벽화 <쿠마이의 시빌레>에서 지혜로운 여성의 모습이 강조되어 나타난다. 원형콘텐츠에서 시빌레는 아폴론의 신탁을 전달하는 예언자이자 아름다운 무녀이다. 시빌레는 그러나 아폴론의 구애를 거절한 대가로 오랜 시간을 늙은 노파의 모습으로 살아가야 했던 비운의 예언자이기도 하다. <쿠마이의 시빌레>에는 아폴론의 저주를 받아 노파의 모습을 하고 있는 시빌레가 등장한다. 원래 아폴론의 구애를 받을 정도로 아름다운 미모를 자랑하던 시빌레이지만, 벽화 속의 시빌레는 더 이상 젊고 예쁜 모습이 아니다. 얼굴은 쭈글쭈글해지고, 몸과 발은 불어 가슴만 없다면 거의 남성처럼 보이는 노년의 모습이다. 여기에 한 때 아폴론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아름다움과 총기의 흔적은 전혀 없다. 남자처럼 몸은 벌어지고, 단단한 체구에 미소가 사라진 시빌레의 얼굴은 신경질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시빌레의 예언에 대한 능력만큼은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단단한 근육이 돋보이는 두 팔이 예언을 상징하는 책을 단단히 붙잡고 있는 모습과 책에 집중되어 있는 시빌레의 시선은 예언자로서의 능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