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베이스 소개
 익히 알다시피 칸트는 세계적으로 인류의 학문과 사상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왔고, 지금도 미치고 있는 철학자 중의 한 사람이다. 또 그는 우리의 철학 연구자들이 가장 많이 연구해 온 철학자이기도 하다. 이처럼 칸트 국내 연구가 이루어진 역사가 100년이 넘었음에도 우리말로 번역된 칸트전집은 제대로 출간되지 못한 실정이다. 영국과 미국 그리고 일본 등에서는 이미 번역된 전집이 출간되었을 뿐만 아니라 근자에는 오늘날의 언어 용법에 맞는 전집이 새롭게 번역되고 있는 국외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우리 학계 현실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물론 다양한 개별 연구자들이 칸트 저작들 중 칸트 생전에 출간된 주요 저작들을 번역하였다. 하지만 학문적으로 연구되어야 할 많은 저작들(초기 저서와 논문들, 강의나 유작, 서한집 등)이 아직 번역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개별 연구자들이 번역한 번역서들도 여전히 문제점들을 노출하고 있다. 번역서들 중 일부는 칸트 텍스트 전체가 아니라 일부만 번역된 경우가 많고, 관련 분야의 전문성 부족으로 오역을 담고 있으며, 또 전문성을 갖춘 번역자들이 번역한 책들도 번역 용어를 달리 사용함으로써 학문 후속세대가 칸트 연구를 수행하는 데 많은 어려움과 혼란을 겪게 한다. 더불어 철학 제1세대에 의해서 번역된 칸트 원전들의 경우, 특히 󰡔순수이성비판󰡕, 󰡔실천이성비판󰡕, 󰡔판단력비판󰡕 등은 과다하게 한자나 일본어를 많이 활용하고 있는 등 가독성이 낮아서 오늘날 젊은 칸트 입문자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
번역은 일차적으로 원전의 의미를 가장 충실하고 정확하게 담아내야 하며, 이차적으로는 해당 언어권의 독자들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최대한 가독성을 높여야 한다. 아무리 정확한 직역이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읽는 독자가 이해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다면 그 번역은 좋은 번역이라고 할 수 없다. 반대로 아무리 독자가 잘 이해할 수 있게 번역하였더라도 그것이 원저의 의미를 훼손하거나 오독하고 있으면 결코 좋은 번역이라고 할 수 없다. 지금 국내에 출판된 칸트 원전 번역서들은 이와 같은 번역의 기본 목적으로부터 벗어난 경우가 많다. 이처럼 우리는 칸트 원전 번역과 관련하여 (a) 기존의 축적된 연구를 토대로 한 전문성을 갖춘 정확한 번역, (b) 가독성의 최대한 확보, (c) 용어의 체계적 통일 등을 확보해야 하는 시급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위의 세 가지 조건을 충족시키고자 한다면, 이는 결코 한두 사람의 학자가 수행할 수 있는 성격의 일이 아니다. 그것은 우선 칸트 원전이 다양한 학문분야에 대한 논의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과학철학에 관련된 내용은 자연과학에 대한 선지식 없이는 번역이 불가능하고, 그의 종교철학, 예술철학, 법철학, 윤리학, 인간학 등에 관한 다양한 연구들도 이들 분야에 대한 선지식이 없이는 번역이 불가능하다. 현실적으로 오늘날 국내의 칸트 연구자 중 그 어느 누구도 이렇게 많은 분야를 혼자 섭렵하여 다룰 수 없다. 그러므로 칸트원전에 대한 번역은 관련 분야의 연구자들이 함께 모여 공동연구와 논의를 통해 작업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군다나 전문용어에 대한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공동 작업이 더더욱 불가피하다. 나아가 칸트 원전은 매우 전문적인 용어와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번역하는 것만으로는 독자에게 가독성 높은 번역을 제대로 제공할 수 없다. 가독성 높은 번역을 위해서는 훈고학적으로 검증된 철학적인 주석이나 해제 작업이 동시에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역시 전문 연구자들의 공동 작업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따라서 칸트 전집 번역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개별 연구자의 단독 연구로는 불가능하며, 반드시 칸트 연구자들의 공동 작업이 요구된다. 그러므로 칸트 원전 번역과 관련된 총서 작업은 이 분야의 전문가들이 집결되어 있는 한국칸트학회 차원에서 진행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한국칸트학회는 영남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와 공동으로 <한국어 칸트 전집> 간행 사업을 수행하고자 한다.
기대효과/활용방안
  우선 칸트의 중심 저작들이 통일된 용어로, 그리고 훈고학적으로 검증된 주석과 해제가 덧붙여져 출간될 수 있다면, 학문 후속세대에게 통일된 학술전문용어들을 제공해주게 될 것이다. 이로써 이들이 용어의 혼란에서 벗어나 번역된 전집에 기초하여 체계적인 연구를 수행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전집의 체계적 번역은 우리 학문의 토착화를 가능하게 하는 가장 기본적인 토대를 제공하게 될 것이며, 나아가 우리 실정에 맞는 칸트에 대한 창조적 해석 작업을 가능하게 해줄 것이다. 이는 철학 내의 다른 분야나 철학 바깥의 인접 학문 분야의 연구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어 궁극적으로는 우리 학문을 국제적 수준으로 올려놓는 데 지름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다음으로 근자에 제도권 인문학 교육과 연구는 그 어느 시대보다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한국 칸트 학회에도 칸트 관련 신진 연구자들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하면 학문후속세대의 단절이 일어날 지경이다. 그러므로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서 원전 번역 실적이 열악한 우리 상황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번 번역 사업의 결실은 칸트연구자들에게는 활력을 불어넣고 칸트입문자들에게는 호기심을 자극하여 새로운 칸트 전문연구자들을 양성하는 토대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끝으로 많은 사람은 칸트철학이 중요하다는 것을 너무나 잘 공감한다. 그래서 배움의 과정에 있는 사람들이나, 이미 학자의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도 칸트 저작들에 접근해보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칸트 원작에 대한 번역서들은 너무 난해하여 이런 노력이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약화되어버리는 경우들을 우리는 자주 목격한다. 그뿐만 아니라 칸트 관련 번역서를 잡았다가 너무 어려워 다시는 칸트저작에 접근하지 않으려는 상황도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이런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서는 칸트원전에 대한 보다 정확한 의미 이해와 이를 잘 전달할 수 있는 가독성 높은 번역서를 출간하는 것이 시급하다. 칸트원작의 번역이 제대로 완결되면, 이를 바탕으로 일반 독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분야별 칸트 입문서나 칸트원작에 대한 해설서 또는 칸트 용어 사전류 등과 관련한 작업도 진행하여 출판할 수 있다. 사실 서양철학의 용어가 본격적으로 체계화하기 시작한 것은 칸트철학에 이르러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우리가 서양철학의 용어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칸트철학을 거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면에서 칸트철학의 해설서나 용어사전이 제대로 구축되면, 이는 청소년에서부터 대학생, 그리고 일반인들도 서양철학용어를 좀 더 잘 이해하고, 아울러 서양철학사상을 좀 더 깊고 넓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게 될 것이다.
사업명 : 인문사회연구분야 토대기초연구지원
연구과제명 : 한국어 칸트 전집 [기초학문자료센터(KRM)과제 정보 ]
연구책임자 : 최소인
연구수행기관 : 영남대학교
연구기간 : 3 년 (2013년 09월 01일 ~ 2016년 08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