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학 사전

European Coal and Steel Community (ECSC) 유럽석탄철강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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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서독, 이탈리아, 베네룩스 3국 등 서유럽 6개국이 1951년 4월 슈만플랜(Schuman Plan)을 구체화시켜 석탄과 철강 자원의 공동관리에 대한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 조약을 체결하였고, 12월에 비준됨으로써 발족하였다.
전쟁과 복수로 이어진 20세기 독일과 프랑스의 오랜 분쟁과 갈등의 역사를 청산하고 긴밀한 협력과 공존의 길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난 전쟁 발발의 주요 원인인 석탄과 철강 산업을 평화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게 여겨졌다. 이러한 필요성을 강하게 인식한 사람은 바로 프랑스의 장 모네(Monnet, Jean)였다. 그는 초국가적 조직체를 만들어 유럽의 석탄과 철강의 생산과 판매를 공동으로 관리하고, 이를 통해 유럽에 영구적인 평화를 정착시켜야한다고 주장하였다. 당시 이러한 제안을 프랑스 외무장관인 로베르 슈만(Schuman, Robert)이 받아들여 그의 이름을 빌어 슈만플랜을 발표하였고, 석탄과 철강 생산의 공동화(pool) 계획을 유럽의 이웃국가들에게 제안하였다.
이 선언에서 프랑스 정부는 공동의 고등관청(High Authority) 관리 아래 석탄과 철강을 공동으로 생산하고 관리하자고 제안했다. 다른 유럽 국가들도 원하는 경우 이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안하였다. 6개국은 오랜 토론과 협상 과정을 거쳐 경제적으로는 공동시장을 형성하고 정치적으로는 초국가적 기구의 틀을 창출하자는 데 합의하고, 1951년 4월 18일 파리조약이라고 불리는 유럽석탄철강공동체조약에 서명했다. 이후 비준에 성공해 유럽석탄철강공동체는 1952년 7월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되었다
석탄과 철강 산업의 공동 관리를 통해 유럽에의 영구적인 평화를 정착한다는 목표 이외에, 이 계획 속에는 독일 산업의 견제와 통제라는 프랑스의 이해관계도 내포하고 있다. 1949년 독일연방공화국(FRG)으로 재건된 서독은 여전히 정치, 경제, 전략적으로 중요한 국가였다. 전후 프랑스는 독일 최대의 산업지역인 루르지역의 산업을 통제하고 관리하려고 했고, 독일 최대 지하자원 매장지역 중 하나인 자르와 알자스-로렌 지역을 자국에 예속시키고자 하였다. 초기 프랑스의 모든 관심은 경제성장의 에너지원이면서 동시에 무기생산을 가능케 할 수 있는 독일의 석탄과 철강생산 능력을 제한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다시 말해 루르 지방을 장악하여 산업시설을 해체하고, 이 지역의 석탄을 전쟁배상금으로 받아 자국의 경제회복에 활용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러한 프랑스의 희망은 미국과 영국의 반대에 크게 부딪혔다. 독일 경제력을 어떤 식으로든 견제해야 할 필요성과 그러한 목표에 가해진 제약 사이에서 프랑스는 독일 문제에 대해 전향적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초기 독일의 석탄과 철강 생산 능력을 제한하여 자국의 안전과 이익을 도모하겠다는 계획에서 독일의 경제발전을 유럽 국가들과의 협력의 틀 내에서 이루어냄으로써 평화와 경제발전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유럽석탄철강공동체는 프랑스의 이러한 독일정책 전환의 결과로 볼 수 있다.
한편 유럽의 석탄과 철강의 공동생산 및 관리는 프랑스 산업의 재건에도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었다. 특히 프랑스는 전후 경제 복구와 산업 발전을 위해 루르 지방의 고품질 석탄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 유럽석탄철강공동체를 고안하고 적극 기구화 하는데 노력했던 장 모네는 우선 당면 과제로 프랑스 경제의 현대화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있었다. 그는 프랑스가 2차 대전에서 독일에 패했던 주 요인으로 프랑스의 석탄 및 철강 산업의 저조를 지목했다. 무엇보다 독일의 석탄·철강 산업을 활용하여 프랑스 경제의 현대화를 이루는 것이 급선무였는데, 이는 장 모네뿐 아니라 당시 프랑스 정치가들이 공감했던 바이다.
모네가 고안하고 슈만의 발표를 통해 이루어진 유럽석탄철강공동체는 전후 프랑스 경제현대화 위원장이었던 장 모네의 프랑스적인 고민을 독일 석탄․철강 산업의 공동 관리를 통해 달성하고자 했던 유럽적 해결책이었다고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유럽석탄철강공동체는 전후 프랑스 경제를 현대화하고 독일을 견제함으로써 안보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럽적 해결책이었던 것이다.
유럽석탄철강공동체는 오늘날 유럽연합의 경제 통합 초석을 마련한 조약으로 평가받는다. 무엇보다 전쟁무기의 자원으로 이용된 석탄과 철강이 유럽의 평화를 위한 자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평화주의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석탄과 철강의 부문별 통합이 종국에는 정치적 통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에른스트 하스(Haas, Ernst)의 신기능주의의 학문적 이론의 근거가 되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