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베이스 소개

모든 고전번역이 의미와 가치를 지니기 위해 반드시 갖추어야 할 두 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는 ‘그 시대의 언어와 소통 가능한 번역’이어야 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축적된 연구성과를 충실히 반영한 번역’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학계는 아직 이런 조건을 갖춘 원효저서 한글번역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원전의 한문 용어를 그대로 채택하면서 관계사를 한글로 부가하는 전통 번역방식으로는 가독성과 정확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이러한 번역들은, 원전 한자어들과 구문에 대한 번역자의 이해가 정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번역자가 관련 문장을 어떻게 이해하는지 알 수 없어서 번역의 학문적 가치가 훼손되고, 번역물을 통해 원효를 만나는 사람들로 하여금 원효사상에 대한 혼란과 굴절을 겪게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한자어의 의미와 문장의 의미맥락을 현재어의 개념으로 풀어내어 번역자의 관점을 분명하게 밝히는 해석학적 번역이 제시되어야 한다. 불교철학과 원효사상 탐구에 의거하여 선택한 해석학적 시선으로써 한자의 다의성과 한문해석의 다양성을 제한적 의미로 명확하게 확정하여 현재어에 담아내는 것이 ‘해석학적 번역’이다. 이 해석학적 번역은, 고전 언어를 현재 언어에 접속시키는 동시에 다양한 지식지형의 언어들과 대화할 수 있고 상호작용할 수 있는 ‘소통적 번역’이다. 또한 해석학적 번역은, 축적된 연구성과를 반영함으로써 향후의 진전된 후속 작업의 토대로 기여할 수 ‘연구사적 역주’, 원효저술에 등장하는 주요용어와 이론들의 내적/외적, 공시적/통시적 연관을 밝혀 번역에 반영하는 ‘계보학적 역주’를 갖추어야 학문적 가치가 극대화된다. ‘원효전집 번역과 종합해제’는 이러한 번역조건들을 구족시켜 보려는 최초의 시도이다. 종합해제의 내용 가운데 특히 해당 구절의 역주에도 반영시킨 ‘인용경론의 현존 산스크리트본 대조와 번역‘은 문헌학·번역론·언어학 등의 탐구에 기여할 것이다. 해석학적 번역은 영역英譯의 저본으로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번역이어서, 원효전서 영역을 통한 원효학 연구의 세계화를 전망케 한다.

기대효과/활용방안

1) 기대 효과 번역자의 이해를 명확한 현재어에 담아 학술적 역주와 함께 제시하는 ‘원효전서의 해석학적 번역’과 종합해제는 원효 연구의 새로운 분기점이 되어 원효학 수립의 토대로 기여할 것이다. 아울러 한국철학, 동아시아 철학, 동서 비교철학, 한국 인문학 발전의 토대로 기여할 것이다. 또한 이 번역은 영역英譯에 최적화된 것이기 때문에 원효전서 영역의 저본으로 그대로 활용될 수 있다. 영역본이 출간되면 원효학 연구의 국제적 공조가 신속하게 진행되어 한국학과 한국 전통철학의 세계화 작업에 기여할 것이다. 2) 활용 방안 한국을 비롯한 모든 나라는 현재 새로운 유형의 ‘차이들의 배타적 분쟁’을 직면하고 있다. 정치·경제·사회·직업·신분·성·혈통·민족·국가·문화·지역·종교 등에서 유사 이래 처음으로 ‘차이의 새로운 자각과 주장’이 동시적으로 펼쳐지는데 수반하는 현상이다. 대부분 격렬한 갈등과 충돌양상을 보이고 있는 이 ‘차이들의 배타적 분쟁’ 현상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국가의 수준과 세계의 전망이 결정된다. 특히 한국 사회는 그 어느 나라보다도 ‘차이 갈등’의 모든 문제를 전방위적으로 직면하고 있다. 냉전의 유물로 유일하게 남아있는 ‘남북 차이의 문제’까지 떠맡고 있는 등, 인류가 만들어온 모든 ‘차이 갈등의 문제’가 특히 한국에서 집약적이고도 격렬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만약 한국인들이 이 문제를 잘 풀어가는 역량을 보여줄 수 있다면, 가히 세계문명사의 요청에 멋지게 응할 수 있다. 흥미롭게도 원효는 ‘차이들의 열린 화해’(通攝)를 위한 화쟁의 통찰을 정밀하게 펼치고 있다. 원효가 천명하는 ‘통섭적 화쟁’은, 차이 갈등문제를 풀어가려는 한반도 인문 지성의 탁월한 성취이자, 현재와 미래에도 유효한 보편 통찰이다. 한국의 차이 갈등문제를 풀어가는 문화적 역량은, 한반도 전통지성에 근거를 둔 자생인문학에 의해 확보되는 것이 이상적이다. 현재의 한국지성과 학문의 수준은 이러한 자생인문학 수립 요청에 응할 수 있을 정도의 기초실력을 갖추고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전통지성을 근거로 삼아 보편적 타당성과 현재적 문제해결력을 겸비한 자생인문학을 수립하는 것은 한반도 지성계의 숙원이다. 원효전서의 해석학적 번역은 보편적 타당성을 지닌 ‘한국 자생인문학 수립’의 길을 활짝 열어준다. 원효가 펼치는 ‘차이들의 통섭적 화쟁’에 관한 통찰과 이론을 과거와 현재의 동서양 인문 지성의 모든 영역과 연결시켜 탐구하는 학제적 탐구는, ‘지금 여기의 차이 갈등문제’에 대처하는 ‘화쟁 인문학의 수립’을 전망케한다.

사업명 : 인문사회연구분야 토대기초연구지원
연구과제명 : 원효전집 번역과 종합해제 [ 기초학문자료센터 ]
연구책임자 : 박태원
연구수행기관 : 울산대학교
연구기간 : 5 년 4 월 (2015년 09월 01일 - 2020년 12월 31일)